"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박준 시인의 산문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의 일부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하고, 듣고 살면서 쉽게 잊히는 말이 있는 반면, 잊히지 않고 마음속에 살아남는 말도 있다. 잊히지 않는 말에는 좋은 말도 있지만 나쁜 말도 있다.
주로 타인이 주는 메시지로 자아 개념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에는 말의 영향력이 더 크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에 항상 언어폭력도 선행되었다. 신체적 폭력에 의한 상처뿐 아니라 당시 들은 폭언도 청소년기 주인공에게 죽지 않는 말이 되어 흉터로 남았음은 자명하다.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1차)에 따르면 전년보다 피해율은 높아졌고, 피해를 경험한 전체 응답에서는 언어폭력이 41.8%로 학교폭력 하위 유형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청소년 언어 문제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청소년 언어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열 의식이나 편견, 차별이 담긴 말이 아닌 공감하고 배려하는 말의 중요성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열 시간 남짓의 교육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말이 남에게 힘이 되기도,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만 해도 충분하겠다.
아이들이 말로 상처받고 상처 주는 일 없이 자라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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