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먹고살기 위해 떠나온 이북에도 그리운 음식이 있다

입력
2023.05.05 04:30
10면
0 0

이북 요리 50가지 레시피와 함께 추억을 담아
신간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의 저자 위영금씨. 들녘 제공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의 저자 위영금씨. 들녘 제공

강낭죽, 두부밥, 인조고기밥. 이 요리책에 나오는 메뉴들은 특이하다. 손님 앞에 선보일 화려한 메인 요리가 아니라 허기 해소가 중요했던 이북에서의 끼니를 기록했기 때문.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1998년에 탈북한 저자 위영금(55)씨는 “밥을 먹겠다고 고향을 떠났고, 밥을 먹지 못해 가족을 잃었다”며 고향에서 굶주렸던 과거를 떠올린다.

적은 재료로 덜 배고프기 위해서 만들어진 요리지만 먹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쌀밥을 두둑하게 먹을 수 없던 이북 사람들은 소량의 밥에 무를 채 썰어 넣어 무밥을, 콩을 갈아 고기처럼 만들어 인조고기밥을 해 먹었다. 감자밥을 눌러 구운 바삭한 누룽지는 감자칩 부럽지 않은 별미였다. 삼복날이 되면 까나리만 한 민물고기인 세치네(소천어의 이북 사투리)와 호박 같은 채소를 넣고 밍밍한 세치네탕을 끓여내 보양식으로 먹기도 했다.

탈북 이후 마주한 수많은 음식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절로 떠오르게 하는 매개가 됐다. 저자는 어죽 한 그릇을 보고도, 친구들과 경치 좋은 강변을 찾아 나섰다가 물고기 달랑 두 마리를 죽 가마에 넣고 맛있게 그릇을 비웠던 젊은 시절을 추억한다. 길거리에 흔한 돼지국밥집을 지나면서는 장마당에서 든든한 한 끼가 돼줬던 장마당 국밥을 떠올린다. 고향에서 자주 씹어 먹었던 명태나 오징어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힘들고 지칠 때면 저절로 찾게 되는 ‘솔(soul) 푸드’다.

저자는 “어려운 시기를 아프지 않게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양념을 올린 인조고기밥을 그때처럼 맛있게 먹는 것”이라고 썼다. 이북 음식의 레시피는 과거에 대한 기록임과 동시에 현재의 저자가 앓고 있는 향수병의 즉효약 역할도 한 것이다.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위영금 지음·들녘 발행·300쪽·1만7,000원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위영금 지음·들녘 발행·300쪽·1만7,000원



최은서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silver@hankookilbo.com으로 제보해주시면 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