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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한소희가 찍은 쥬쥬 세트…'어른이들' 지갑 활짝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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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한소희가 찍은 쥬쥬 세트…'어른이들' 지갑 활짝 열다

입력
2023.05.05 04:30
수정
2023.05.05 07: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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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없던 시절 추억…SNS 타고 밈으로 확산
'어릴 적 기억 소환' 어른들 지갑 연 공주세트
'프린세스 파티세트' 완판…2차 생산 중

이예지씨가 2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친구들과 만나 시크릿쥬쥬 스쿨백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예지씨 제공

이예지씨가 2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친구들과 만나 시크릿쥬쥬 스쿨백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예지씨 제공


#. 직장인 송소빈(26)씨는 요즘 모임에 나갈 때 특별한 아이템을 챙긴다. 이른바 '공주세트'로 불리는 시크릿쥬쥬 액세서리세트다. 분홍색 보석을 은빛 테두리로 감싼 티아라와 목걸이, 귀걸이, 반지, 마술봉을 꺼내놓으면 너도나도 한 번씩 써보고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송씨는 "다음엔 셀프사진관에서 공주 콘셉트로 사진찍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크릿쥬쥬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완구 및 콘텐츠 전문기업 영실업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 회사를 기쁘게 만든 것은 어린이가 아니라 '키덜트(Kid+Adult의 합성어)'라 불리는 어른들이다.

이 회사는 몇 년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030세대가 아이들 장난감을 착용하며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는 것을 보고 어른들을 위한 아이템까지 내놓았다. 시크릿쥬쥬 캐릭터의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이 회사는 1월 성인 소비자를 타깃으로 '프린세스 파티세트'를 출시한 것. 그런데 이 제품이 대박이 났다. 이 세트는 4개월 만에 예상했던 물량이 완판돼 현재 2차 생산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4일 "양산세트나 공주 화장가방, 네일아트 핸드백 등 어린이를 위한 제품은 어른들도 종종 찾았다"며 "하지만 어른을 타깃으로 만든 장난감이 동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키덜트 커뮤니티에선 쥬쥬 인형 재출시를 희망한다는 글도 적잖이 올라오고 있다.



고민 없던 시절 추억하는 장난감…SNS 타고 밈으로 확산

배우 마동석이 시크릿쥬쥬 거울을 들고 사진촬영하고 있다(왼쪽 사진). 가수 적재가 시크릿쥬쥬 기타를 들고 연주하고 있다. 적재 유튜브 채널 캡처

배우 마동석이 시크릿쥬쥬 거울을 들고 사진촬영하고 있다(왼쪽 사진). 가수 적재가 시크릿쥬쥬 기타를 들고 연주하고 있다. 적재 유튜브 채널 캡처


시크릿쥬쥬 재유행에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퍼진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도 한몫했다. 배우 한소희는 지난해 한 패션매거진 유튜브에 출연해 "생일에 이 회사 액세서리를 착용한 이후 팬들로부터 시크릿쥬쥬 팔찌와 가방 등 여러 아이템을 선물받고 있다"고 말했다. 건장한 체격의 배우 마동석이 귀여운 공주 거울 속에 이목구비를 담아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뒤 널리 회자됐다. 2022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방송인 전현무씨가 쥬쥬 티아라와 귀걸이를 착용하고 수상 소감을 전하는 모습은 공중파 생중계됐다. 가수 적재도 쥬쥬 기타를 언박싱한 뒤 연주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담았다. 모두 반응은 뜨거웠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 놓인 젊은 세대가 장난감을 통해 고민 없던 시절을 추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 디즈니숍에는 30년 전부터 디즈니캐릭터 앞치마 등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 있었다"며 "기억이 담긴 물건을 보면 반갑고, 특히 경제적으로 신경 쓰지 않고 부모라는 그늘이 있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에서 SNS를 타고 금방 퍼지기 때문에 '나도 해봐야지' 하는 확산 효과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재개봉이나 최근 포켓몬빵 재유행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난감에 흔쾌히 지갑을 여는 심리도 깔려있다. 1만 원대인 프린세스 파티세트와 바이올린 장난감부터 요술봉 양산세트(2만 원대), 메이크업 세트(6만 원대), 미용놀이(11만 원대)까지 가격은 다양하지만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큰 고민거리가 아닌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꼼꼼하게 따져보고 합리적 소비를 하는 편인 여성들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장난감을 사고 즐기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며 "유명 연예인이 갖추고 대중에 노출됐고 그 아이템이 아주 비싼 제품이 아니라 접근 가능한 제품인 동시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을 착용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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