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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도 인플레... 햄버거·피자·치킨 물가 천정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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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도 인플레... 햄버거·피자·치킨 물가 천정부지

입력
2023.05.04 16: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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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는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
정부 압박에도 여전한 원가 부담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이 예고된 3월 8일 서울 시내 한 버거킹 매장에 가격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이 예고된 3월 8일 서울 시내 한 버거킹 매장에 가격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격랑은 패스트푸드도 피하지 못했다. 햄버거와 피자, 치킨 등 바쁜 직장인뿐 아니라 어린이도 즐기는 외식 제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 품목 중 햄버거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상승률이 17.1%에 달했다. 이는 2004년 7월(19.0%) 이후 18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피자도 가격 상승세가 햄버거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작년에 비해 12.2% 올라 2008년 11월(13.2%) 이후 14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8월(11.4%)부터 올 3월(5.2%)까지 7개월 연속 상승률이 둔화하며 이제 좀 덜 오르나 싶던 치킨값은 지난달 기울기가 6.8%로 다시 가팔라졌다.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따로 노는 모습이다.

이런 기록적 고공비행은 대체로 작년 여름과 올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프랜차이즈 업계가 단행한 가격 인상 영향이다. 햄버거는 작년 6월과 올 2월 각각 제품 가격을 평균 5.5%, 5.1% 인상한 롯데리아를 필두로 KFC가 작년 7월과 올 2월, 맥도날드가 작년 8월과 올 2월, 버거킹이 작년 7월과 올 3월, 맘스터치가 작년 8월과 올 3월 일부 메뉴 가격을 올렸다. 작년 대부분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한두 차례 상향 조정한 피자의 경우 미스터피자가 올 2월 다시 가격을 높이며 치고 나갔고,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는 교촌치킨이 총대를 메고 최근 일부 제품값을 최대 3,000원 비싸게 받기 시작했다.

업계는 원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3월 기준 전년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밀가루(19.7%)와 식용정제유(42.5%) 등 주요 식재료가 여전히 아주 높은 수준이다. 작년ㆍ재작년 코로나19 대유행과 전쟁이 겹치며 폭등했을 때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아직 전쟁 전 가격과 거리가 먼 데다 식용유는 소폭이나마 작년 말(39.7%)에 비해 상승폭이 커지기도 했다.

정부도 형편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정부 출범 당시부터 경제팀의 급선무는 물가 안정이었다. 더욱이 1%대 성장률 방어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요즘에는 더 다급할 수밖에 없다. 물가가 잡혀야 긴축을 멈추고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시장 개입 지적을 무릅쓰고 프랜차이즈업체들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배경이다. 외식 물가 특성상 한 번 올라가면 좀체 떨어지지 않는 데다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의 지속 가능성에 업계는 회의적이다.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채 대기하고 있는 원자재 비용이나 인건비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칫 전기ㆍ가스요금처럼 한꺼번에 인상해야 하는 가격폭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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