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변호사 3만 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 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민주당 장경태·우상호 의원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김 여사가 심장병을 앓는 캄보디아 어린이와 조명을 사용해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고, 우 의원은 김 여사가 새 대통령 관저로 결정된 외교부 장관 공관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당시 정의용 장관의 부인에게 '나가 있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은 경찰에서 서면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다. 만약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라디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명예훼손 행위를 했다면 형법 또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형법의 이러한 태도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언론·출판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조각하여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위법성 조각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다. 표현의 자유를 보다 넓게 보장하기 위한 법리를 계속 개발해 온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형법은 '진실한 사실'의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데, 대법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진실한 사실이 아니거나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위법성이 없다고 한다. 이를 '상당성의 법리'라고 한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무원 내지 공적인물이고,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것이라면 대법원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언론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취한다(이른바 '공인 이론'). 심사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명예훼손을 한 '가해자'가 정당 대변인이나 간부 지위에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대법원은 다시 '악의적 공격의 법리'라는 별도의 차별화된 법리를 전개한다.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주석 형법각칙 제310조 참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전제하에 '정당 대변인이 절도범의 진술을 믿고 전라북도 도지사가 사택에 미화를 보관하고 있다가 도난당하였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라는 공적사안에 관한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논평에 해당한다'고 하며 위법성을 부정했다.
민주정치제도하에서는 정당 활동의 자유도 너무나 중요하여 그 보장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고, 정당의 정치적 주장에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수사적인 과장표현은 용인될 수 있으므로,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논평의 위법성을 판단함에서는 이러한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64384 판결).
민주당 의원들의 일련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위에서 소개한 법리 중에서 어떠한 법리와 심사기준이 적용될지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와 공직자는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될 것을 각오해야 하고, 거기에는 맹렬하고 신랄한, 때로는 불쾌하리만큼 날카로운 공격이 포함될 수 있다는 원칙을 천명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New York Times v. Sullivan)' 판결의 취지도 다시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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