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은 ‘세계 강직성 척추염의 날’이다.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은 만성 염증이 엉덩이의 천장관절과 척추 관절을 침범하면서 발생한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척추 변형과 강직 현상이 나타나면 몸을 앞이나 옆으로 구부리거나 뒤쪽으로 젖히기 어려워진다. 강직성 척추염을 관절 없이 하나의 긴 뼈처럼 이어진 모습을 빗대 ‘대나무 척추(bamboo spine)’라고 부른다.
염증이 천골(薦骨ㆍ엉치뼈)과 장골(腸骨ㆍ엉덩이뼈) 사이에 위치한 ‘천장관절(薦腸關節ㆍsacroiliac joint)’ 부위에 머물 때 발견해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별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문제는 별일 아니겠지 하고 방치하면 염증이 척추ㆍ흉추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건 물론 숨쉬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20~40대 젊은 남성 환자가 늘고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환자 절반은 진단 시 흉추까지 염증 침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7년 4만1,797명에게서 2021년 5만1,106명으로 22%가량 증가했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5배 많았으며, 20~40대가 56%를 차지해 젊은 남성 환자가 많이 발병하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초기 증상은 엉덩이뼈 통증이다. 간과하기 쉬워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염증이 흉추까지 침범할 때가 많다.
이상훈 강동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 연구팀이 8년간 내원한 강직성 척추염 환자 중 척추 컴퓨터단층촬영(CT)한 1,170명을 연구한 결과, 47.2%가 진단 시 이미 흉추까지 침범돼 있었다. 남성 환자가 79%(920명)였으며 진단 시 평균 연령은 33±10세였다.
이상훈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은 일반적으로 척추를 침범하기 시작할 때 양쪽 엉덩이뼈가 번갈아 가면서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에 진단을 놓치면 흉추를 침범할 때까지 증상이 심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며 “특히 강직성 척추염은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오인할 때가 많다”고 했다.
강직성 척추염이 흉추를 침범하면 가벼운 기침에도 가슴 통증이 발생한다. 손으로 누를 때도 마찬가지다. 또 잠을 잘 때 허리가 아파서 깨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 서둘러 진료를 봐야 한다.
가슴 통증이 있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흉부 X선 촬영을 시행하는데 이 검사만으로는 강직성 척추염의 흉추 침범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폐의 공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CT 검사를 통해 흉추 이상 여부를 확인해 강직성 척추염을 감별할 수 있다.
◇조기 발견하면 별 문제 없어
강직성 척추염은 조기 발견하면 척추 강직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약물 치료와 운동 요법을 병행해 생활에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통증이 간헐적으로 찾아오고 진통제로 쉽게 가라앉다 보니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흉추까지 침범되는 등 척추 강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게 되면 치료 효과를 낙관할 수 없다. 한 번 굳은 관절은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상훈 교수는 “약물 치료 효과로 인해 강직까지 악화한 경우는 10%에 불과하지만 흉추까지 침범돼 발견하는 등 치료 시기가 늦으면 치료 효과가 많이 떨어질 수 있다”며 “강직성 척추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고 했다.
다음은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다. △아침에 척추가 뻣뻣하여 머리를 숙이기 어렵다가 움직이면 호전된다 △허리 통증이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씻은 듯이 가라앉는다 △간헐적인 엉덩이 통증으로 절뚝거린다 △원인을 모르는 무릎이나 발목이 부은 적이 있다.
◇스트레칭ㆍ유산소운동하면 호전
강직성 척추염 치료는 비약물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비약물 치료는 금연과 운동이다.
흡연은 강직성 척추염 방사선학적 진행의 위험 인자다. 염증을 늘리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므로 강직성 척추염을 앓으면 금연이 필수다. 운동은 목·어깨·척추·엉덩이관절(고관절ㆍ股關節)·하체 등 전신 스트레칭과 유산소운동, 적절한 근력 운동이 권고된다.
약물 치료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주로 사용한다. 말초 관절염이 동반되면 항류마티스 약을 쓸 수 있다. 먹는 약이 효과 없으면 염증 매개 물질을 차단하는 ‘항TNF 제제’ ‘IL-17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정혜민 순천향대 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운동 치료는 통증과 강직을 줄이고, 올바른 자세와 관절 가동 범위 유지에 도움을 주므로 약물만큼 중요하다”며 “스트레칭과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을 하루 20~30분씩 하면 좋다”고 했다.
정혜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외부 활동이 줄고 장시간 앉아 일할 때가 많아지면서 엉덩이ㆍ허리ㆍ등 부위 통증이 자주 나타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마련”이라며 “허리 통증은 진단이 늦으면 관절이 변형돼 치료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에 젊은 나이에 이유 없이 3개월 이상 허리 통증이 지속되고, 쉬어도 호전되지 않으면 류마티스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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