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9일 방한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방한해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는다. 일제와 싸우며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애국지사가 묻힌 곳이다. 정치적으로 꺼릴 법도 하건만 개의치 않는다. 반면 우리 대통령은 방일 기간 일본의 추모시설을 방문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12년 만에 '셔틀외교'를 재개하면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일본 정부 고위인사들은 한국에 올 때마다 관례적으로 현충원을 참배했다.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를 시작으로 2006년 아베 신조 전 총리,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2018년 고노 다로 전 외무장관 등이 현충원을 방문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2010년 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합동묘역을 찾아 조문해 눈길을 끌었다.
현충원의 복합적 성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항일 독립운동가뿐만 아니라 6·25전쟁 전사자를 포함한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상이 타국을 방문할 경우 국립묘지 참배는 보편화된 외교행사다.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나 2021년 미국을 찾은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 모두 위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했다.
다른 장소가 마땅치 않은 점도 감안됐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역사 문제에 대한 상징성을 따지자면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기념관 방문이 의미가 더 크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존 일본 총리의 행보 중에서 찾는 것이 위험하지 않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경우 퇴임 후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헌화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일본에서는 극우세력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일본의 국립묘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해외에서 숨진 무명용사와 민간인들 유골 35만5,404구를 안치한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이다. 미국의 존 캐리 전 국무장관,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은 2013년 방일 당시 이곳을 참배했다. 그러나 우리 정상들은 방일 기간 찾은 전례가 없다. 최 연구위원은 "우리 정상이 일본에 갔을 때 국립묘지 참배보다 더 의미 있는 다른 일정이 있다"며 "재일동포 간담회를 열거나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취객을 구하다가 숨진 고 이수현씨 추모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을 이유도 없다. 일본군 전사자 246만6,000여 위와 A급 전범이 합사된 곳이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국립묘지가 아닌 사설 종교법인이라 현충원과는 위상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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