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기차진단센터 가보니
3일 제주시 아라동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한편에서는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가 마치 사람이 러닝머신 위를 달리듯 제자리에서 바퀴를 굴렸다. 운동선수들이 러닝머신 위를 뛸 때 △심폐기능 △지구력 등을 측정하는 것처럼, 연구원이 가속 페달을 밟는 동안 차량 앞 모니터에는 △배터리 소모 △모터 상태 등을 살필 수 있는 각종 데이터를 볼 수 있었다.
'샤시다이나모'로 불리는 이 진단장치는 19억5,000만원이 투입돼 갖춰졌다. 4륜구동 기준 최대 시속 250㎞를 견딜 수 있고, 전기차 상태 데이터 수집을 위해 실시간 통신을 활용해 DB서버로 데이터를 보낸다. 김우중 연구원은 "차량 이상은 물론 내연차의 연비같이 전기차에서 활용하는 전비까지도 분석 가능하다"며 "전기차 및 주요 전장품에 대한 생애주기 특성과 고장 정보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진단 및 고장 예지 및 건전성 관리기술(PHM)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 진단센터를 짓는 데 국비와 도비 19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통합 유지보수 실증기반 구축사업'을 통해 각종 장비 및 전기차 고장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정비기술 보급 및 기업 지원 등 애프터마켓 창출에 필요한 통합 유지보수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는 게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 장비만 29종…마치 건강검진센터 같아
사실상 전기차 주치의 역할을 하게 된 이곳 센터에는 사람의 건강검진센터처럼 '전기차 주행재현장비', '배터리 모듈·팩 성능평가 시스템', '실주행 전기차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 '실험용 전기차', '내폭형 환경챔버', '안전성 및 신뢰성 평가 장비' 등 총 스물아홉 종의 장비가 있다.
진단센터가 제주도에 자리 잡은 이유는 이 지역 전기차 보급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반면 수리 인프라 등이 부족하다는 단점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2023년 3월 기준 제주도의 전기차 수는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의 5.0% 수준인 3만4,000대로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다"며 "정비업체 등 애프터마켓 인프라가 모자라 수리 및 정비에 대한 사용자의 불만이 높다"고 했다.
실제 제주연구원이 전기차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정비 부문에 대한 만족도는 60%로, 운행비 절감(98%), 배터리 성능(79%), 1회 충전거리(78%), 충전 불편(67%)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 관계자는 "장비와 데이터를 활용해 총 18회에 걸쳐 246명에게 전기차 정비 및 안전관리기술 교육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진단센터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는 앞으로 우리나라 미래차 유지관리에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영선 전기차진단기술센터 센터장은 "센터가 확보한 전기차 생애주기 DB를 바탕으로 앞으로 수소전기차 주요 부품으로까지 범위를 넓히는 등 미래자동차 산업구조로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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