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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 IAEA와 다른 결론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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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 IAEA와 다른 결론 내릴까

입력
2023.05.07 19:30
수정
2023.05.07 21:3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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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로 일원화된 '투 트랙' 검증과 달리
한국 우려 감안해 별도 확인 작업 허용
추가 정보 확보 가능성은 열렸음에도
막바지 단계 IAEA 결론 뒤집긴 어려워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에 오염수를 저장해 놓은 저장 탱크들 모습.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에 오염수를 저장해 놓은 저장 탱크들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합의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찰단 파견'은 한국 정부가 오염수 문제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별도의 확인 트랙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에 동행 중인 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장관은 기자단에 "한국 시찰단이 오는 23일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일본은 국제기구인 IAEA를 제외한 '별도 국가 단위' 검증은 거부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과의 지리적 인접성과 한국 국민의 우려를 고려해 특별한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다만 IAEA가 주도한 검증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데다 검증단이 아닌 '시찰단' 성격이어서, 파견을 통해 얻을 정보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해양수산부의 해양 방사능 감시 지점.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해양수산부의 해양 방사능 감시 지점.

한국은 이미 IAEA가 주도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IAEA의 검증은 크게 △11개국 검증과 △4개국 검증 등 두 가지 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IAEA는 2021년 7월 일본 오염수 처분 계획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11개국 11명의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후쿠시마 현장 실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김홍석 박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방출지점 인근 해양환경의 방사능을 직접 실측·분석하는 IAEA 확증 모니터링 프로그램에도 지난해 3월부터 참여하고 있다. 도쿄전력 등 일본 측 주장을 직접 검증하기 위해 일본을 제외한 4개국(미국, 프랑스, 스위스, 한국) 전문가들이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처리를 거친 오염수를 비롯해, 해수, 어류, 해조류, 해저퇴적물 등을 채취해 방사선량을 측정·분석하는 작업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자들이 전해농축장치를 통해 삼중수소와 무관한 해수를 걸러내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제공

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자들이 전해농축장치를 통해 삼중수소와 무관한 해수를 걸러내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제공

한국이 이미 두 갈래 검증에 모두 참여하고 있지만, 이번 후쿠시마 시찰단 파견은 IAEA와는 별도 트랙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이 이미 참여 중인 IAEA 검증은 인접 국가로서 참여한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것이다. 개별 기관이나 연구자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다 보니 IAEA라는 큰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결과 발표나 후속 조치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시찰단 파견은 일본이 IAEA와는 무관한 확인 작업을 한국에 허용했다는 의미가 있다. "일본이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는 IAEA의 검증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한국 야권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고, 어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들끓은 국내 민심을 고려한 조치다. 과학계에서는 "방사능 위험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여러 번 할수록 좋은 것"이라며 "데이터 등 추가 정보나 실사를 요구할 여지가 생긴다면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 한국 국민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명시적 언급을 했다는 점은 진전된 조치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일본 국민) 및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국형 원전 개발 책임자를 지낸 이병령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찰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우리가 직접 현장에서 기술적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분석을 브리핑받는 정도의 내용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래도 기초 데이터를 깊게 들여다볼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통상 기술 활동에 대한 외국 시찰은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한국에 유일하게 시찰을 허용했다는 것을 이해해 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IAEA 검증 수준을 넘어선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이르면 다음 달로 전망하고 있다. 11개국이 참여해 2년 가까이 진행한 국제적 차원의 검증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다음 달 IAEA의 최종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다. IAEA가 찾아내지 못한 과학·기술적 문제점을 국내 시찰단이 단시간 안에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또한 국내 전문가들이 '검증'이 아닌 '시찰'을 하게 됨에 따라, 일본 현지에서 적극적인 확인 작업을 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규제 권한이 있는 IAEA의 결론은 국내 여론과 온도차가 큰 방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최근의 논란은 모니터링 대상 핵종(에너지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원자핵 또는 원자의 종류)의 선정이다. 오염수에서 측정·평가되는 핵종을 일본이 대폭 축소하며 안팎의 우려가 커졌지만, IAEA는 4일 "인체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종이 배제되진 않았다"며 일단 일본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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