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이달 23~24일 전문가 시찰단을 현장에 보낸다고 어제 밝혔다. 시찰단 파견은 전날 한일 정상회담 합의 사항으로, 양국은 조만간 국장급 협의를 개최해 시찰단 규모와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후쿠시마 오염수 검토팀 위주로 시찰단이 꾸려질 거란 전망 속에, 세부 일정으론 일본 경제산업성 및 도쿄전력 관계자 면담, 오염수 방류 해저터널 시찰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시찰단 파견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얻어낸 핵심 성과 중 하나다. 그간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받는다는 이유로, IAEA 회원국이 아닌 대만을 제외하고 개별국의 현장 확인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일본의 최인접국으로서 해양 오염 및 국민 건강·안전 침해 가능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양국 공동 검증을 촉구해 왔다.
관건은 우리가 요구해온 '검증'과 받아낸 '시찰'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다. 원안위 검토팀은 이미 2년 전부터 일본 측이 공개하는 자료와 질의를 토대로 오염수 처리 절차나 해양 모니터링 계획의 적정성을 분석해 왔다. 그런 만큼 이번 파견에선 일본의 제공 자료나 IAEA 중간보고서에 의존했던 '간접 검증'의 한계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현장 점검과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촉박한 일정에 쫓겨 일본 측이 보여주는 것만 살펴보는 데 그친다면 곤란하다. 사전 협의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현장 공개나 시료 제공을 보장받고, 필요하다면 시찰 기간 연장과 인원 증원도 요구해야 한다.
이번 시찰은 자칫 일본 오염수 방류에 정당성만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 하겠다. 수산업계 등 우리 국민의 이익, 중국·독일 등 일본에 추가 검증을 요구하는 국가들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린 문제다. 그런 만큼 시찰단과 정부는 엄정한 기준으로 현장 점검을 수행하고 판단 결과와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일본도 성의 있는 자세로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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