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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경제·안보' 미래는 잡았지만 '강제동원' 과거는 놓쳤다[전문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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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경제·안보' 미래는 잡았지만 '강제동원' 과거는 놓쳤다[전문가 평가]

입력
2023.05.09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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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 결과 전문가 6인 분석
기시다, 과거사에 "마음 아프다"했지만
명확한 주어는 생략..."여건상 한계" 평가
반도체 협력 선언…"실제 성과는 지켜봐야"
"리스크 산적…日 외교적으로 우리 도와야"

윤석열 대통령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치외교'를 내세워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경제, 안보, 글로벌 이슈의 공조를 다졌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이 확고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내 여론의 반발이 거센 과거사 문제는 이번에도 미완으로 남았다. 한일관계 전문가 6명에게 이번 회담의 성과와 과제를 들었다.

①과거사 : 일본의 뜨뜻미지근한 호응…미해결 과제로 남아

"컵에 물이 절반 이상 찼고,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

최대 관심인 과거사 문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3월 회담에서 '제3자 변제'를 해법으로 제시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떠안았지만, 기시다 총리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언급한 '빈 컵'을 끝내 채우지 못했다. "마음이 아프다"라는 표현에 그쳐 '사죄'나 '반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정환 서울대 교수는 8일 "일본 정부는 2015년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며 한국인 노동자의 강제노역(forced to work)을 인정했었다"면서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주어를 언급하지 않아 역사인식이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기시다 총리가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 어쨌든 성의를 보였다는 의견도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민당에서 4번째 파벌에 속한 기시다 총리는 강경한 아베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안정지향적인 성향"이라면서 "그럼에도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 공동 참배 제안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②경제 : 2019년 이전으로는 복귀, 수출입 회복은 '글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줄 끝에서 세 번째)과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왼줄 끝에서 다섯 번째)을 비롯한 경제단체장들이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줄 끝에서 세 번째)과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왼줄 끝에서 다섯 번째)을 비롯한 경제단체장들이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경제분야에서는 나름 협력의 성과를 거뒀다. 양국 정상은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간 견고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던 조치도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이 우리를 일방적으로 지원해주던 협력의 틀을 벗어나 수평적 협력을 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같은 합의가 실제 한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주고 시장의 변화를 견인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전체 무역(수출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10.0%에서 계속 하락해 6%대까지 떨어졌고 그 자리는 중국이 차지했다. 한일 정부 간 협력 선언만으로 추세를 되돌리기엔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외에 한일 간 자동차와 배터리,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전기차 중심의 배터리 협력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③안보 : "한미일 정상회담 디딤돌 놨다"…日, NCG 당장 참여는 어려울 듯

한일 정상은 날로 가중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핵무기를 포함해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거론하며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적극 나섰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극대화하는 기폭제가 될 만한 발언이다.

지난 2월 22일 동해상에서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앞쪽부터),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배리,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아타고가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지난 2월 22일 동해상에서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앞쪽부터),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배리,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아타고가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이달 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한미일이 사이버와 우주분야의 안보협력 강화 방안에 합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연구위원은 "3국간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도 빠르면 연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얻은 것이 적지 않지만, 한일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나 마찬가지다. 잠복한 위험요인이 많아서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일 관계가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해결하고 미래는 미래대로 개척하자는 '투트랙 외교'로 전환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향후 불거질 수 있는 갈등 요인에 섬세하게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전 대사가 꼽은 잠재적 리스크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초계기 문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 등이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이 우리를 견제하던 기존 외교노선에서 벗어나 한국의 주요 8개국(G8) 진출이나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에 긍정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대근 기자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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