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출범 1년, 경제]
文 정부 규제 대부분 걷어내
"안 풀렸음 경착륙" 방향은 긍정
"미분양·역전세 집중 대응" 주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부동산 정책 열쇳말은 단연 '규제 완화'다. 실수요자, 평범한 집주인이 규제 때문에 집을 사고파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한다는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규제 대부분을 걷어냈다.
고금리 여파로 집값 급락 와중이라 규제 완화 적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과거 사례에서 봤듯 추후 집값 상승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 시장의 최대 위험요인으로는 '역전세'와 '미분양' 문제를 꼽았다.
윤 정부 규제 완화 '대체로 적정'
윤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쏟아냈다. 주택 보유세 부담을 문 정부 이전인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뜨린 걸 비롯해 재건축, 규제지역, 분양, 청약 등 부동산 전 분야에 걸쳐 규제를 풀었다. 특히 각종 규제가 동시에 적용돼 수위가 상당히 센 부동산 규제지역을 서울 강남3구·용산만 제외하고 모두 푼 건 상징적이다. 서울이 비규제지역이 되면서 직접 살지 않아도 2년간 전·월세를 내줬다가 집을 팔아도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잇따른 규제 완화가 결코 '빚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실수요자, 평범한 집주인을 위한 합리적 수준의 규제 완화, 다시 말해 규제 정상화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규제 완화라는 방향 자체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과 거래 활성화가 주택시장의 가장 큰 축인데 둘 다 규제를 가하면 문제가 된다"고 했고,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전 정부 규제가 그대로 유지됐다면 주택 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폭락해 경제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 소속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시장을 정상화시킨다는 논리로 다주택자까지 끌여들였다는 점에서 정책이라기보다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한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내렸지만 주택시장 한 치 앞 모를 급변기
현 정부 출범 이후 무주택자 바람대로 집값은 급락하는 추세지만, 안정기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오히려 현 주택시장은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여러 위험요인(집값 하락·소득 정체·거시경제 악화)이 맞물린 '급변기'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집값 변동성이 크지 않고 주택 거래가 활발해 미래 예측이 자유로워야 안정기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주택 거래는 끊기고 임차시장은 역대급으로 불안한 정반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주택 거래가 일부 늘긴 했지만, 올 1분기 누적 주택거래량은 11만9,000여 건으로 5년 평균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46.9%) 수준이다.
이처럼 주택시장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거시경제도 안 좋아 올 하반기 역전세와 미분양 문제가 최대 위험요인으로 떠오를 걸로 분석됐다. 정부 정책이 이들 현안에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유 교수는 "전세사기 피해는 일부 문제로 여겨졌지만 하반기부터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속출할 걸로 예상된다"며 "보증금 미반환 때 어떻게 자산을 처분해 돌려줄 수 있는지를 정부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은 "미분양의 80%가 지방에 있는데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건설사, 시행사, 저축은행 순으로 동반 부실이 일어나면 그땐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규제 완화가 추후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고종완 원장은 "여전히 집값에 거품이 끼여 있다. 정부 재건축 활성화 대책과 함께 쏟아지는 서울시 주도의 한강르네상스, 35층 룰 폐지 등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김덕례 실장은 "규제를 푼다고 집값이 올라간다는 건 고정관념"이라면서도 "다만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지속적인 공급이 중요한 만큼 정부가 약속한 '50만 가구' 공급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고물가, 미분양 우려로 건설사의 분양실적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고위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에 공감하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공급 확대 정책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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