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때 아베 "마음 아프게 생각"
"보수파 반발 덜하도록 아베 표현 답습"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힘든 경험을 하신 데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2023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 방문 중에 강제동원(징용) 문제에 대해 “마음 아프다”고 한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8년 전 발언을 참고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때 기시다 총리는 외무장관으로서 아베 전 총리를 보좌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외무성은 '역사 인식에 대한 과거 내각의 견해'를 정리해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했다.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얼마나 더 나아갈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기시다 총리가 했다. 그의 선택은 '아베 따라하기'였다.
교도통신은 “아베 전 총리의 표현을 답습함으로써 보수파의 반발을 덜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보수파의 대표주자였던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이므로 ‘이 정도는 괜찮다’고 기시다 총리가 생각했을 것”이라는 자민당 각료 출신 인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위안부 합의 당시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사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2015년 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당시 외무장관이 대독한 입장문에서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위안부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했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총리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마음 아프다"고 했고, 마음 아픈 대상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본 총리관저 관계자는 “사죄를 말하면 앞으로 또다시 사죄를 요구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과를 거부한 책임을 한국에 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마음 아프다’는 총리 나름대로는 최대한의 배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내각의 입장은 변함없다. 마음 아프다는 건 어디까지나 총리 생각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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