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뇌물 공판, '대가성' '호칭' 공방
정진상 측 "업자들 요구 안 들어줬는데"
유동규 "대장동 사업자 선정이 중요해"
"복집서 이재명에 최재경 소개" 증언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기획본부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측이 '뇌물의 대가성'을 두고 맞붙었다. 정 전 실장 측은 "이재명과 정진상이 민간사업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으므로 뇌물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이 중요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실장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7차례에 걸쳐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조성한 2억4,000만 원을 유 전 본부장을 통해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유동규 "동생 칭호 받아... 이게 혜택"
이날 공판에선 뇌물의 대가성과 호칭이 화두로 떠올랐다. 유 전 본부장은 2013~2014년 뇌물을 준 이유에 대해 "정진상은 이재명만큼 힘이 있는 사람"이라며 "나는 '동생'이란 칭호를 받았고, 그 자체가 혜택"이라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과 정진상이 대장동 개발 등 민간사업자들의 '5대 요구'를 하나도 들어준 게 없는데 결탁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정 전 실장 측 질의에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등이 주도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자로 선정된 게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민간업자들의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과 정 전 실장과의 끈끈한 관계가 뇌물을 준 이유라는 얘기다.
정 전 실장 측은 이날 오전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동생이란 칭호를 받았다는 자체가 (정진상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이재명과 정진상이) 공사의 세세한 내용을 다 보고받은 것처럼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민간업자들의 요구안은 거절한 것"이라며 "뇌물을 받고 요구를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 게 가능하냐"고 지적했다. 검찰은 오후 재판에서 정 전 실장 측 주장을 반박했다. 민간사업자들은 단순히 '5개'가 아니라 대장동 사업을 장악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요구하기 위해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이재명에 최재경 소개" 주장도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이후 이재명에게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해줬다"는 증언도 했다. 그는 "성남 수내동의 복집 제일 끝방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줬다"며 "최재경이 이재명에게 다른 분을 소개하면서 종종 뵀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최 전 수석이 소개해준 윤모씨로부터 2,000만 원을 빌려 2019년 9월 정 전 실장에게 3,000만 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도 정 전 실장에 대한 적개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신문 도중 "정진상씨"라며 정 전 실장을 노려보는가 하면, 쉬는 시간에는 "정진상이 술집에서 뭘 했는지를 다 까발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나중에 (정진상에 대한) 반대신문을 해도 되냐"는 유 전 본부장 질문에 "그런 기회가 있을 것 같지만 감정이 앞서다 보면 (논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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