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을 하루 앞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했다. 또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투자 사기를 활개 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거야 입법에 가로막혔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1주년 기자회견은 건너뛰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중계하면서 전 정부 탓으로 일관한 것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야당과 협치해 성과를 내야 할 책임은 윤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기를 시작하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새 관행으로 자리 잡을 때만 해도 국민은 격의 없이 소통하는 대통령을 신선하게 봤다. 하지만 도어스테핑은 지난해 11월 중단된 후 재개되지 않고 있고, 신년 기자회견과 1주년 기자회견을 모두 하지 않은 드문 대통령이 됐다. 간혹 생중계되는 국무회의나 국정과제점검회의는 일방적 보여주기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취임 후 한 번도 야당 대표를 만나 협조를 구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이런 불통과 독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을 외면하고 있으니 입법이 뒷받침되기 어렵다. 주요 국정과제인 교육·노동·연금 개혁은 더더욱 긴밀한 소통과 신뢰,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노사 간 이해, 세대 간 입장이 크게 갈리는 이슈를 놓고 어느 한쪽을 짓누르는 식으로는 합의에 이를 수 없다. 여야의 갈등조정 역할이 아쉬운데, 윤 대통령 또한 노조 때리기 같은 편가르는 정치가 아니라 끌어안는 정치를 해야 한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34.7%가 잘하고 있다, 59.7%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의 약 2배에 이른다. 부정평가의 이유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리더십 부족(23.9%)이었다. 밀어붙이는 검사 스타일에서 벗어나 대화하고 양보하는 협치를 시작하기 바란다. 이제는 전 정부로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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