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여론조사
전략적 선명성 대신 실리 외교 선호 뚜렷
동맹강화 불가피성 인정해도 이익균형 원해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미국·일본과 밀착하는 '전략적 선명성'을 택했지만, 국민 다수는 국익을 우선시하는 실리 외교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이 최근 ‘한일 셔틀외교 정상화’ ‘워싱턴 선언’ 등 일정 정도 정상회담 성과를 일궜음에도 눈에 띄는 지지율 반등이 없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동맹 강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경제나 과거사 문제에서 '이익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게 국민의 냉정한 평가인 셈이다.
9일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3.2%는 ‘한미동맹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한국은 반도체 업종 등에서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한미동맹에 도움이 된다면 한국은 반도체 업종 등에서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27.0%가 공감을 표했다.
한일관계 또한 국민 다수는 실리 외교에 방점을 찍었다. 구체적으로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사과가 없더라도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58.7%가 ‘자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37.0%에 그쳤다.
이는 한국일보가 지난해 12월 말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와 대비된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1.7%가 한미동맹을 유지 또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축소·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은 19.7%에 그쳤다. 한미일 3국의 군사동맹 구축에 대한 찬성 입장도 45.7%에 달해 반대 입장(46.4%)과 비등했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및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이라는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동의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의 상응하는 조치 없는 일방적 양보는 과도하다고 보는 것이다.
외교관계에서 실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은 중도층에서 두드러졌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국민 소통과 설득이 부족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도층만 살펴보면 한미관계에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67.4%로 응답자 평균을 웃돌았다. ‘감수할 수 있다’는 비율은 23.6%에 그쳤다.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중도층은 일본의 사과를 전제로 한 관계 개선 의견에 61.8%가 공감했다. 일본의 사과와 관계없이 관계 개선 의견에 공감한 비율은 32.7%에 그쳤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4, 6일 양일간 실시했다.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7%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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