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포럼] 이 총장-이영태 논설위원 대담
"10만 명씩 10년 양성...AI가 컴퓨터 교육 가능"
"미래에 한국 먹여 살릴 산업은 바이오 의료"
"인공지능(AI)이 컴퓨터 교육을 하는 시대가 됐다. 대규모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은 어려운 게 아니다. 군대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한국포럼'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카이스트에서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길러낸 이 총장은 지난해 한국포럼에서 "AI인재 100만 명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정부는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 목표를 밝히며 화답했다. 그는 이날 이영태 한국일보 논설위원과의 대담에서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의료 산업'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며, '질문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한 교육 혁신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디지털 대전환'이란 시대 변화에 우리 교육은 잘 대처하고 있나.
"'기술 패권 경쟁시대'다.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일이다. 우리나라의 성장은 그간 교육에 의해 이뤄졌으나, 시대에 맞게 바뀔 때가 됐다. 교육부가 유보통합,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개혁 같은 방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5년을 집중해서 추진하면 새 시대에 맞는 교육 패러다임 속에서 미래인재를 기를 수 있겠다."
-10만 명도 아니고 100만 명의 디지털 인재를 기르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어렵지 않다고 본다. 군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청년의 절반은 군대에 가는데, 군대 여가시간에 컴퓨터 교육을 받아서 제대할 때까지 능력을 기르게 해야 한다. 매년 20만 명이 군대에 가는데 10만 명만 컴퓨터 교육을 해도 10년이 지나면 100만 명이다. 더구나 이제는 AI프로그램으로 컴퓨터 교육을 하는 시대가 됐다. 대규모 교육도 가능하다. 카이스트가 시범적으로 하고 있고, 프로그램도 보급할 생각이다."
-인력 확보에 반도체 전쟁의 승패가 갈린다. 단기간에 반도체 인력을 육성할 묘책이 있나.
"최첨단 연구 인력 양성은 시간이 걸린다. 그 아래 단계의 단순 설계 인력은 단기 교육으로도 가능하다. 카이스트가 4개월의 단기 반도체 설계 교육 프로그램을 미취업 대졸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80명씩 가르치는데, 대부분 취직에 성공한다. 교육기관이 이렇게 조금씩 도와도 국가에 필요한 인력을 기를 수 있다."
-반도체의 뒤를 이어 앞으로 한국을 먹여 살릴 신산업은 무엇이라고 보나.
"바이오 의료 산업이다. 바이오 의료 산업 시장은 2조 달러 정도로 반도체의 3배 규모다. 이 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2~3% 정도다. 병원에 가면 기기, 약품 모두 외제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에겐 블루오션이다."
-카이스트에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을 신설하는 건 바이오 의료 인재 육성을 위해서인가.
"바이오 의료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없어선 안 될 존재가 의사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 중엔 연구하는 의사가 거의 없다. 기존 의대에서 그런 인재를 키울 수 있다고 하고, 정부가 10여 년 동안 그런 시도를 했지만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카이스트 같은 연구중심 대학에서 의사과학자를 키워 연구에 전념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길이다."
-과기의전원에서 의사과학자를 길러도 결국 돈이 되는 병원으로 돌아갈 거라는 우려도 많다.
"과기의전원에서 의사자격을 따더라도, 인턴·레지던트 과정이 없기 때문에 전문의 자격은 없다. 일부가 병원으로 가더라도 임상 의사로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숫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대학에선 어떤 교육 혁신이 필요할까.
"높은 학점만 추구하는 성적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첫 번째 단계는 '질문하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질문 습관을 기르도록 칭찬을 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카이스트엔 '질문왕'이라는 상이 있다. 이 밖에도 '봉사왕', '헌혈왕' 등 여러 왕을 '추대'해서 성적 외에 다른 가치도 중요하게 여기도록 한다. AI시대에 직면하면서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은 줄어들고 유대관계도 약화된다. 인문학을 소홀히 여기면 인간이 외롭고 힘들 때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게 된다. 인문학과 예술, 정서 교육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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