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를 앞두고 최고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윤리위는 이날 밤 늦게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 태 최고위원에게는 사퇴를 감안해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적잖이 타격을 준 지도부 설화는 일단락되었지만 당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런 비겁한 대응으로 국민의힘이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자문하기 바란다.
전주혜 윤리위 부위원장은 “정치적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으나 태 최고위원 사퇴는 예상되던 바였다. 8일 윤리위 회의에서 징계 결정을 미룬 뒤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정치적 해법(자진 사퇴)이 등장한다면 징계 수위는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가벼워질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리위는 최고위원들이 징계에 반발할 경우 공천 개입 논란과 내홍이 커지는 후폭풍을 고려했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인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은 진상조사도 하지 않은 채 태 최고위원을 중징계하자니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태 최고위원은 1년 당원권 정지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내년 총선 출마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안 자체로 판단하지 않고 ‘정치적 해법’을 유도한다면 윤리위가 대체 왜 필요한가.
원칙적으로 국민의힘이 선을 그어야 하는 문제는 전광훈 목사의 영향력을 확인시켜 준 김재원 최고위원의 “우파 천하통일” 등 발언, “4·3은 김일성 지시” 등 태 최고위원의 색깔론 발언이었다. 당이 공식 징계로 태도를 분명히 해야 소속 의원들이 스스로 경계하고 극우로 회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천 개입 의혹 전까지 지도부가 징계 회부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태 최고위원은 “무엇을 사과해야 하냐”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소신 발언’을 거듭했었다. 국민의힘은 김 최고위원을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오히려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징계하는 척’으로는 국민의힘이 변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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