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다. 피천득 작가는 오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하였다. 풋풋한 연둣빛 싹이 돋아나나 싶더니, 어느새 나무는 잎이 무성해져 녹음이 짙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왜 스무 살도 아니고 스물두 살도 아닌 스물한 살에 오월을 비유했는지 알 것도 같은 모습이다.
어디선가에는 이름 모를 풀들도 무성히 자라나고 있다. 우리나라에 4,900종이 넘는 들꽃이 있다고 하니 길 가다가 자세히 살펴보면 도시에서도 들꽃 한두 가지쯤 마주할 수도 있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것이 풀꽃이라지만 식물의 이름도 자세히 보면 '닭의장풀', '꿩의다리'처럼 재미난 것들이 많다. 1930년대 민간에서 불리던 식물명 1,944종을 조사하여 우리말로 수록한 식물명 목록집인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에서 여러 식물 이름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식물의 이름은 주로 생김새나 쓰임새, 사는 곳, 특징에 따라 붙여진다. 이 책에 따르면 '닭의장풀'은 줄기의 단면이 닭의 창자를 닮은 것에서, '꿩의다리'는 길게 뻗은 줄기에 드문드문 마디가 있는 모습이 꿩의 다리와 닮은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같은 이름도 재미있다. '나도밤나무'는 잎의 모양이 밤나무와 닮았고, '너도밤나무'는 열매가 작은 밤과 같은 모양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자작나무'는 식물의 특징에 따라 붙여진 이름인데, 껍질을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나서 자작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휴대전화 카메라만 들이대면 식물의 이름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날 좋은 날 산책하며 한 번쯤 들꽃의 이름을 찾아보는 여유를 가져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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