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빌라왕'에 보증금 3억 못 받아
경찰 "극단 선택 정황 없어, 부검 예정"
‘빌라왕’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여성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이 확인된 것만 4번째로 서울에서는 처음이다. 이 피해자도 숨지기 전까지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8일 서울 양천구 한 빌라에서 A씨가 쓰러진 채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가족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을 찾아갔다. 유서나 극단적 선택을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A씨는 수도권에 빌라와 오피스텔 등 주택 1,139채를 보유하고 전세를 놓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지난해 10월 숨진 원조 빌라왕 김모(43)씨 사건의 피해자로 파악됐다. 김씨와 보증금 3억 원에 전세계약을 했는데, 2억4,000만 원 정도를 대출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전세사기 피해 4번째 사망자다. 앞서 2개월간 인천에서 100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채 ‘건축왕’으로 불린 B(61)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20, 30대 3명이 차례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자 단체는 정부와 국회의 미온적 대응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세사기ㆍ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ㆍ여당이 이런 식으로 하면 사람이 또 죽을 수 있다”면서 “‘선(先)구제, 후(後)보증금’ 회수 방안이 담긴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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