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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험을 받아들여야 하나

입력
2023.05.11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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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얼마나 감수하냐가 안전”이라니
잠재적 위험 설득한 WTO 승소 잊었나
수산물 수입금지 대응 철저 준비해야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한 고위공무원이 지난달 마련한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한 기자들에게 “안전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리곤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 거냐, 즉 내가 얻을 편익과 비교해 위험을 얼마나 받아들일 거냐가 제가 생각하는 안전”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대개 편익도 없고 자신이 모르는 사안은 절대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국내에서 생선 먹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생길 거란 우려를 얘기하며 한 발언이었다. 국민들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수산물 안전을 걱정하는 건 ‘편익이 없어서, 잘 몰라서’가 아니다. 최인접국의 일방적인 정책 때문에 일말의 ‘잠재적 위험’이라도 굳이 초래되는 걸 바라지 않으니 최대한 정부가 막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안전의 사전적 정의는 위험이 ‘없는’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잘한 일이 하나 있다. 2018~19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둘러싼 일본과의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전 때 2심(최종심)에서 역전승을 이끌어낸 일이다. 당시 1심은 ‘환경’이 아니라 ‘식품’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한국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한 일본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에선 원전 사고가 난 일본의 인접국인 만큼 잠재적 환경 위험까지 고려해 엄격한 검역을 하는 게 옳다는 한국 논리가 받아들여졌다. 식품 자체의 방사능 수치뿐 아니라 식품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특수한 환경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을 알린 티머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교수가 바로 WTO 대응 당시 한국을 도운 해외 과학자들 중 한 사람이다. 콘퍼런스 발표와 국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는 “어류와 해조류 대상 삼중수소 영향을 확인한 도쿄전력의 실험은 부실했다”며 “훨씬 많은 생물 개체군을 살펴보고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재적 환경 위험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경고였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돼도 우리 해역으로 넘어오는 방사성 물질은 미량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수산물에 방사성 물질이 쌓일 확률, 그걸 먹게 될 확률은 아주 낮다는 것도 이젠 많이 알려졌다. WTO 대응 당시 자문을 맡았던 한 국내 과학자는 그러나 “개인에게 미칠 영향은 확률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더라도 개인이 수천, 수만 명이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짚었다. “수입을 철저히 컨트롤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국민 정서 측면까지 세심히 살펴야 할 국가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방류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이제 와서 일본이 한국 시찰단을 받겠다고 했다. 뭘 얼마나 보고 오든 시찰단에 속 시원한 답을 기대하긴 무리일 것이다. 별문제를 못 찾았어도 방류가 괜찮다 하기 어려울 테고, 문제를 발견했어도 방류를 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니 말이다. 일본이 끝내 오염수를 방류하면 우리나라는 잠재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철저한 ‘시찰’ 준비와 더불어 정부는 WTO 승소로 어렵게 얻어낸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우리가 필요할 때까지 확고히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대응 논리를 반드시 갖춰 놓아야 한다. 잠재적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까지 차단하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안전이다.

임소형 논설위원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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