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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온라인 수업·기숙사 생활·통큰 장학금...태재대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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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온라인 수업·기숙사 생활·통큰 장학금...태재대의 실험

입력
2023.05.12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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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한국인 100명씩 선발...9월 개학
모든 수업은 20명 미만·온라인·영어 사용
국가장학금 5구간까지 전액 장학금
전원 기숙사...도쿄·뉴욕·홍콩·모스크바 체류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학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무공간 등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학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무공간 등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한국 고등교육을 바꾸는 척후병이 되겠다. 5년 안에 하버드, 스탠퍼드 가는 것보다 태재대 가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게 만들겠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 본부 건물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9월 태재대 개교를 앞두고 밝힌 포부다. 한옥이 즐비한 원서동 골목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은 원래 한샘의 디자인센터로 쓰이다가,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대학 설립을 위해 사재 3,000억 원을 내놓으며 태재대 본부가 됐다. 그러나 이곳을 대학 캠퍼스라고 부르긴 애매하다. 태재대 학생들은 이 건물이 아니라 '메타버스'에 구축된 강의실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교육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은 태재대의 시스템은 여러모로 실험적이다. 학생을 한국인 100명, 외국인 100명의 '1대1' 비율로 뽑고, 서울에서 3학기, 도쿄·뉴욕·홍콩·모스크바에서 각 1학기를 공부한다.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수업은 전부 온라인, 영어로 진행한다. 한국인 학생에겐 국가장학금 기준 소득 5구간까지 전액 장학금을 제공한다.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는 없고 모든 교수가 3년 단위로 수업 실적에 따라 계약을 연장한다.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점도 다른 한국 대학과 다르다.

학교명인 태재(泰齋)는 음양의 조화를 나타내는 주역의 괘인 '태'와 집을 뜻하는 재를 써서 '동서양을 조화시켜 새 문명을 탄생시키는 터전'이란 뜻이다.

태재대는 한국 대학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에 한국을 먹여 살릴 '엘리트'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염 총장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고 회사에서 전문가를 모셔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에만 3,000명의 박사가 있고 대부분 박사후연구원까지 한다"고 했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세부 전공을 70~80학점 정도 쉬운 난이도로 듣게 하는 학부 교육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염 총장은 "잘게 쪼개진 지식은 인공지능이 훨씬 잘 안다. 우리는 복합적인 문제를 푸는 리더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신입생은 전원 '혁신기초학부'라는 단일 학부로 뽑는다. 비판적·창의적 사고, 소통과 협업 등 6가지 능력을 개발하고 2가지 이상의 제2외국어에서 중급 이상의 실력을 쌓도록 입학 초기 교육이 집중된다. 2학년 때는 인문사회·자연과학·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비즈니스혁신학부의 4가지 학부 중 하나를 선택하지만 학부를 넘나들며 자기가 직접 전공을 설계할 수 있다. 컴퓨터 언어도 중급 이상의 실력을 쌓아야 졸업이 가능하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무공간 등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무공간 등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수업 방식에서도 혁신을 꾀했다. 주입식 대형 강의를 탈피해 20명 이하의 소규모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에 필요한 지식은 강의 전 영상자료와 짧은 논문을 제공해 미리 습득하고, 수업은 토론이나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접속해서 온라인 강의실에 입장한다. 모든 수업은 녹화돼 대학 본부의 '교육혁신원'에서 분석하고 평가해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만약 교수가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한다면 '경고장'을 받게 된다. 수업 평가는 강의자가 절대평가로 진행하며 중간·기말고사가 아니라 학생의 수업 참여도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대상이 된다.

염 총장은 이런 태재대의 교육 철학에 공감하는 인재를 신입생으로 뽑되 "사교육으로 훈련받은 학생은 안 뽑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신입생은 1차 서류 평가, 2차 영어 제시문을 활용한 그룹토론 면접평가, 최종적으로 인성검사 결과에 기초한 개별 면접을 거쳐 선발된다. 태재대는 6월 15일부터 원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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