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설리번·중 왕이, 연이틀 회동... 소통 재개
정찰풍선 사태 후 3개월 만에 고위급 회담
국방·무역 분야 대화 채널도 재가동 가능성
미국과 중국 간 고위급 대화가 외교·군사·경제 등 전 분야에서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 사태 이후 양국의 소통이 단절된 지 3개월 만이다. 아직 정찰풍선 사태를 둘러싼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직접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긴장을 완화해 보자는 공감대가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외사판공실 주임)은 전날부터 이틀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했다. 백악관은 "양국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등 핵심적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미중 외교 수장 만남 "솔직하고 건설적 논의"
설리번 보좌관과 왕 위원은 10일과 11일, 총 8시간에 걸쳐 미중의 여러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고위급 회동은 소통 라인을 유지하고 양국 간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양측은 중미 관계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관계 하강을 막기 위해 솔직하고 심층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왕 위원이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전면적으로 전달했다"며 "이런 전략적 소통 채널을 계속 잘 활용하자는 데 동의했다"고도 전했다. 대만해협 긴장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중 간 이견을 확인하면서도, '소통 재개' 자체에 의미를 둔 것이다.
외교 분야의 미중 고위급 회동은 지난 2월 미국 영공에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을 미군이 격추한 이후 3개월 만에 성사됐다. 애초 양국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정찰풍선 사태와 함께 급랭 국면에 들어갔다. 당초 2월 초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도 무기한 연기됐다. 양국 외교장관 간 소통 채널이 막혀 있던 상태에서 이보다 더 고위급인 관리들의 만남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미 국방 "중국에 회담 제안"... 싱가포르 회동 가능성
미중 군사 채널 대화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 "중국과의 소통 라인을 재가동하는 게 중요하다"며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에게 회담을 제안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리상푸 부장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미국 입장에선 리 부장을 대화의 파트너로 삼는 게 껄끄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오히려 먼저 만남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 이를 수용하면 다음 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중 국방장관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중의 공급망 갈등을 풀기 위한 무역 분야의 고위급 대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베이징에서 회동했다며 "각 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무역 의제에 대한 견해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왕 부장이 이달 말 회동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번스 대사와 왕 부장 간 회동에선 이와 관련한 양측 의견을 조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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