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기술 접목한 '프로젝트 L' 첫 주자 '미드낫' 공개
디지털 싱글 '마스커레이드', 가상 목소리·공간 구현
가수 이현과 다른 차별화, 적극적 기술 접목이 과제
방탄소년단(BTS)을 이어 K팝 성공을 이어갈 차기 주자가 없다는 ‘K팝 위기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달 빌보드 매거진 4월호 커버 인터뷰에서 “인간 아티스트만이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시대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음악과 기술을 융합한 신개념 전략 공개를 예고했다. 그 주인공인 ‘프로젝트 L’이 베일을 벗었다.
‘프로젝트 L’의 핵심은 하이브의 새 아티스트 미드낫이다. 방시혁 의장의 언급 때문에 그의 정체는 인공지능(AI) 아티스트일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등장한 미드낫의 정체는 혼성 발라드 그룹 에이트의 리더로 활동했던 가수 이현(40). 그는 이날 “신인가수 미드낫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미드낫으로서의 새 출발을 알렸다. 이날 공개된 그의 첫 디지털 싱글 ‘마스커레이드’는 이현 특유의 호소력 짙은 음색이 두드러지면서도 사이렌 소리를 연상시키는 도입부와 뉴트로 풍의 신스웨이브 장르로 트렌디한 느낌을 가미했다.
세계 최초 6개 언어 동시 발매, 가상 목소리·공간 구현
미드낫은 단순히 '제2의 이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하이브 측은 자신했다. 하이브가 음성 합성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 수퍼톤을 인수한 이후 음성 기술을 접목한 첫 프로젝트이기 때문. 미드낫의 첫 디지털 싱글인 ‘마스커레이드’는 수퍼톤을 통해 세계 최초로 6개 국가 언어(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베트남어)로 동시에 발매됐다. 미드낫이 각 언어로 부른 첫 버전에 기술을 적용하면 원어민에 준하는 형태로 발음이 보정되는 식이다. ‘마스커레이드’에 잠깐 백 보컬로 등장하는 여성 목소리 역시 미드낫의 보컬을 기반으로 곡에 최적화된 가상의 목소리를 수퍼톤 기술로 추출한 결과물이다. 미드낫은 “단순히 키를 올리는 게 아니라 창법을 유지하면서 아예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탄생하는 방식이었다”며 녹음 뒷얘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공개된 ‘마스커레이드’ 뮤직비디오에도 영상 기술이 접목됐다. 뮤직비디오에는 어두운 숲, 거대한 회색 구조물, 사방이 물로 가득한 심연의 공간 등 신비로운 장소가 등장한다. 이 중 숲을 제외한 모든 장소는 자이언트스텝의 확장 현실(XR) 기술로 탄생한 가상 공간이다.
‘부캐’와 뭐가 다를까… 미드낫만의 정체성 확보가 과제
미드낫의 성공은 ‘정통 발라더 이현’과의 차별화 여부에 달렸다. 실제 ‘마스커레이드’ 티저 영상이 공개됐을 당시 댓글을 통해 “이현 아니냐”고 추측하는 반응이 바로 나왔다. 미드낫의 음색은 이미 이현의 것으로 각인돼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정우용 하이브 IM 대표는 이날 “아티스트의 음색은 지문과도 같아서 숨기기 어렵다는 걸 느꼈다”면서도 “이런 점이 미드낫만의 고유성을 지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드낫이 가수 이현의 ‘부캐(부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음악과 기술 융합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낼 지도 미지수다. ‘프로젝트 L’의 첫 아티스트인 만큼 적극적 음성 기술 접목이 기대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국적 언어 변환과 짧은 구간 피처링을 구현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미드낫은 이에 대해 “훗날 남녀 듀엣곡을 혼자 불러내는 등 다양한 형태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영재 빅히트 뮤직 대표는 “미드낫에 대한 반응이 좋다면 다른 아티스트 곡에도 기술을 접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드낫처럼 실물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접목하는 형태가 K팝 영역 확장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AI 아티스트는 여전히 대면 콘서트, 팬미팅이 불가능해 한계가 뚜렷하다"며 "반면 실물 아티스트가 있으면서 AI 기술을 피처링에 활용하는 수준이라면 K팝 시장에 새롭고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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