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확진 5일 만에 7번째 발생
청주서 떨어진 증평 농가도 감염
확진 농가 항체형성률도 낮아 방역 구멍
충북 청주 소재 최초 확진 농가에서 13㎞ 떨어진 증평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차단 방역’이 사실상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감염축이 나온 농가의 구제역 항체형성률이 법정 기준(80%)에 크게 못 미쳐 허술한 정부 대책과 농장주의 욕심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증평 소재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확인된데 이어 이날 최초 확진이 발생한 농가로부터 약 2.9㎞ 떨어진 오창읍 농장에서 7번째 확진이 나왔다. 청주 이외 지역은 물론, 청주에서도 감염이 계속되는 것이다. 증평에 위치한 농장은 구제역이 4년여 만에 처음 발생한 청주 북이면 한우농장에서 약 12.7㎞ 거리에 있다.
증평 소재 한우농가를 감염시킨 구제역 바이러스가 청주 농장에서 확산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구제역 바이러스가 육지에서 최대 50㎞까지 전파된 적 있다는 보고를 감안하면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존화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떨어지는 여름철을 앞두고 구제역이 빠르게 번진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미 해당 지역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진 상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이 잇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초 확진 농가에서 반경 3㎞(방역대) 안엔 소·돼지·염소 등 우제류를 키우는 농장이 231곳, 증평군 소재 감염 농가 방역대에는 179개 우제류 농장이 몰려 있어 추가 확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느슨한 방역은 향후 구제역 확산의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구제역이 4년 넘게 발생하지 않은 탓에 백신 접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최초 확진 농가에서 구제역에 감염된 한우와 같은 축사에 있던 소 등 29마리를 조사한 결과, 항체형성률은 62%에 불과했다. 한우 10마리 중 6마리만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한우를 대상으로 한 결과지만, 세 번째와 네 번째 확진 농가에서도 해당 비율은 76.5%, 24%에 그쳤다.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인 법적 기준(80%)을 밑돈다.
구제역이 청주에서 약 13㎞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만큼 ‘거리상 차단 방역’은 물론, 구제역 발병 자체를 막는 ‘사전 차단 방역’ 모두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50두 미만 농가는 구제역 백신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지만, 50두 이상 농가에선 농장주가 자체적으로 하게 돼 있다”며 “구제역이 몇 년째 발병하지 않으니 농장주는 굳이 돈을 들여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거고, 구제역청정국 지위 회복을 하겠다던 정부 역시 백신 접종 강화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최초 확진 농가(216마리)를 포함해 모든 감염 농장의 사육 규모는 한우 50두 이상이다.
향후 상황도 밝지 않다. 사람 등을 매개로 한 가축전염병 발병·확산을 막아준 ‘코로나19 방역조치의 역설’ 효과가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끝난 데다, 급증하는 해외여행은 국외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키우고 있어서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 활동성이 왕성해지는 겨울엔 가축전염병이 대거 발병할 수 있는 만큼 백신 접종 등 선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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