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아동복지회가 해외 입양에 대한 사후 관리를 하지 않은 사실이 처음 법원에서 인정됐다. 오랜기간 해외 입양장사를 하면서도 후견인으로서 의무를 저버린 홀트와 이를 방관해온 정부는 이제라도 진정한 사과를 하고 후속 조치를 하는 게 도리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6일 해외 입양인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송혁)가 낸 소송에서 “홀트는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신씨는 1979년 세 살 때 기아호적(고아호적)으로 미국으로 보내졌다. 이후 양부모의 학대, 두 차례의 파양을 겪으며 성인이 돼서야 자신이 시민권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해외 입양 아동은 공식 기록만 16만9,454명(1953~2021년)이며, 사적 알선 입양도 많아서 실제로는 20만~2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성장해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아동수출국’의 치부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372명의 해외 입양인들이 입양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진실화해위원회에 제출했고, 이 중 34명에 대한 조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신씨 사건은 생모가 있는데도 홀트가 고아로 꾸몄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다른 사례에서도 비슷한 증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83년 당시 법이 허용한 입양 비용은 최대 1,450달러였는데, 한국 아이를 입양한 덴마크인은 3,500달러를 입양 수수료로 냈다는 사례도 있다. 아이를 팔아 뒷돈을 챙긴 의혹이다.
이런데도 홀트와 정부는 사죄나 진상조사를 한 적이 없다. 이번 재판에서도 당시 법과 규정에 따라 진행됐고, 사후 관리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고통을 겪은 해외 입양인들의 상처를 돋우는 말이다.
이번에 정부의 손배 책임은 기각됐지만, 궁극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지난달 입양 체계를 국가·지자체 책임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으로 과거의 과오까지 덮을 순 없다. 해외 입양 과정에서의 불법성과 사후관리를 전수조사하고, 가능하다면 책임자 처벌까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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