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장병 복무여건 개선 실태' 보고서
군 장병에 약 5만벌 지급된 1형 방탄복
중앙에 사격하자 관통하거나 심하게 변형
업체, 성능시험 부위에만 소재 덧대 '통과'
국기연, "감사원이 시험 방법 달리해" 반발
총탄에 뚫릴 수 있는 방탄복이 우리 군 장병에게 5만 벌 가까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품질을 점검하는 방위사업청 산하기관은 방탄복 업체가 꼼수를 쓴 사실을 알고도 문제 삼지 않았다.
18일 감사원의 '장병 복무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A업체가 우리 육군 등에 납품한 1형 방탄복에 매그넘(0.44인치) 탄환을 발사해 보는 실험을 한 결과 일부 제품은 총알이 관통되거나 후면이 심하게 변형됐다. 만약 실전이었다면 장병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던 셈이다. 1형 방탄복은 일반 장병에게 보급되는 제품으로, 방사청은 2021년 A업체와 총 5만6,280벌을 107억 원에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이 가운데 4만 9,000벌이 실제 현장에 보급됐다.
문제는 이처럼 '뚫리는 방탄복'이 방위사업청 산하기관의 품질 보증을 받았다는 점이다. A업체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와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 시험 때 방탄 성능을 측정하는 3개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6겹 추가로 덧대어 튼튼하게 했다. 이에 탄환을 발사했을 때 뚫리거나 심하게 변형되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원 시험에서는 방탄 소재를 덧대지 않은 중앙부를 사격하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국기연, "A업체 성능 조작" 민원 받고도 거르지 못해
감사원에 따르면, 국기연은 'A업체가 방탄 소재를 덧대어 성능을 조작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대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았다. 재시험에서도 중앙부가 아닌 덧댄 부위 등에만 사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다만 국기연 측이 A업체와 짜고 품질 테스트를 통과시켜 준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방사청장에게 성능이 떨어지는 방탄복은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고, A업체는 향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등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국기연 소장에게는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2명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기연은 입장 자료를 내고 감사 결과를 반박했다. 피감기관이 감사원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기연은 "감사원의 방탄성능시험은 구매요구서의 시험방법 및 기준과 다르게 수행한 것"이라며 "국기연은 계약서상에 정해진 기준과 시험절차에 따라 국내 공인시험기관 및 미군이 사용하는 미국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해 합격한 제품만 군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뚫리는 방탄복'이 적발된 건 처음이 아니다. 감사원은 지난 2016년에도 특전사령부가 납품받은 다기능 방탄복이 북한군이 사용하는 소총 사격에 관통된 사실을 확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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