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평등' 용어 사라지는 가운데
슬로건 '언제나 든든한 가족' 변경
"여가부 정체성, 가족에만 한정" 지적도
여성가족부의 정책이나 통계에서 '여성', '성평등' 용어가 사라져 여가부 폐지 공약에 따른 '여성 지우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여가부가 '평등'을 뺀 새 슬로건을 공개했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여가부는 이달 초 부처 슬로건을 '언제나 든든한 가족'으로 바꿨다. 2018년 만든 기존 슬로건은 '평등을 일상으로'였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전날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만나 "여성과 남성, 대한민국 모든 가족과 청소년이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든든한 가족이 되겠다"며 슬로건을 교체한 이유를 밝혔다.
부처 폐지를 공약했던 이번 정부에서 여가부는 가족·청소년 관련 정책에 방점을 찍어 홍보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성평등'이란 용어는 잘 사용하지 않고, 관련 정책의 우선순위도 뒤로 밀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매년 발표된 여성 관련 통계인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25년 만에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바뀌었고, 청년이 참여해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취지의 버터나이프 크루(성평등문화추진단) 사업은 여가부가 출범식 5일 만에 "사업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2019년 여성폭력방지법이 시행된 후 지난해 처음 실시된 여성폭력 실태조사는 보도자료 배포나 브리핑 없이 홈페이지에 '조용히' 공개됐다.
슬로건 변경 역시 이런 흐름과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이 여가부 안팎에서 나온다. 한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슬로건은 여가부의 정체성을 '가족'으로만 한정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6일 900여 개 여성, 노동,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여가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은 성명을 내고 "여가부 폐지 기조로 인해 지자체의 성평등 추진체계 또한 축소됐고, 정부 정책에서 여성은 지워지고 성평등은 삭제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이 같은 '여성 지우기' 비판에 대해 "이념적 접근"이라며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날 기자에게 밝혔다. 김 장관은 "여러 부처의 협의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여성 경제활동 참여에 대한 정책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시민단체의 표현은 너무 과한 표현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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