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보유국 정상들 히로시마 방문 이례적
'핵 군축 관련 G7 히로시마 비전' 발표
"'핵무기 없는 세상'은 궁극적인 목표"
일본 히로시마에서 19일 개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첫 일정은 회원국 정상들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방문이었다. 정상들은 히로시마가 지역구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안내를 받아 원폭 자료관을 둘러보고 위령비에 헌화한 뒤 기념식수를 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핵 보유국 정상들이 원폭의 참상을 알리는 장소에 나란히 방문한 것 자체가 상징적 장면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미국 정상으론 두 번째로 공원을 찾았고, 영국과 프랑스 정상의 방문은 처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등 초청국 정상들도 21일 공원을 방문한다.
G7 정상, '핵 군축 G7 히로시마 비전' 발표
이날 저녁 G7 정상들은 핵 군축·비확산에 대해 논의하고 ‘핵 군축에 대한 G7 히로시마 비전’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G7 회의에서 핵 군축에 대한 별도의 성명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G7 정상들은 성명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핵 위협을 비판하고 중국의 핵 전력 증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핵전력 정보를 공표하지 않는 핵보유국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포기라는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차 표명한다”면서,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불안정을 초래하고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공공연히 핵 위협을 하고 중국과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G7의 핵 군축 메시지가 상징적 의미를 넘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핵 폐기를 외치는 일본조차 미국의 ‘핵 우산’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G7 정상의 성명은 “우리의 안보 정책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는 방어적 목적을 위해 역할을 수행하고, 침략을 억제하며 전쟁과 위협을 방지한다는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고 밝혀, 핵무기가 방어적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이날 일본 시민 약 100명은 19일 평화기념공원 인근에서 “G7 정상회의는 핵 보유국끼리의 회의”라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G7 외에 8개국 초청... 중·러 가까운 신흥개도국에 손짓
19일 G7 정상들은 중국·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규제 문제, 기후 위기 대응 등도 논의했다. 21일 발표할 정상선언문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힘의 지배’에 맞서 G7 국가들이 ‘법의 지배’를 명분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에 미국과 일본은 힘을 쏟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19일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정상회의의 2대 핵심 과제로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지켜내는 것과 G7을 넘어 국제적 파트너와의 관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G7을 넘은 국제적 파트너’는 G7 외 초청국을 의미한다. 한두 국가 정상을 초청했던 이전 회의와 달리 이번엔 한국을 포함해 총 8개국이 초청됐다. 21일 일본을 방문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하면 9개국이다.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개발도상국이 5개국이다. 중국·러시아와 가까운 국가들에 G7이 다가간 것이다. 초청국 정상들은 20, 21일 열리는 확대 정상회의에 참석해 식량 위기 대응, 팬데믹에서 드러난 선진국과 개도국의 격차 등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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