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의 도덕적 기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드라마가 있다. 억지스러운 상황을 설정하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이야기를 막장 또는 끝장 드라마라고 부른다. 그 이름대로 막장 드라마는 삼각관계, 불륜, 출생의 비밀 등을 소재로 하는데, 뻔하고 자극적인 소재 탓에 드라마 속 인물 관계는 얽히고설켜 있다. 이 현실성 없는 요소들이 오히려 시청률을 끌어올린다니 참 모순된 점이다.
노끈, 줄 등이 이리저리 뒤섞인 것, 또는 그처럼 관계, 일, 감정 따위가 이리저리 복잡한 이해관계를 말할 때 '얽히고설키다'라고 한다. 그런데 일반인들의 개인 글뿐만 아니라 언론 기사문에서조차 맞지 않는 사례가 흔하다. '얼키다'와 '설키다'의 두 말의 연결로 각각 보는 듯, '얼키고 설킨'이라는 예시가 쉽게 보인다. '얽히다'의 비슷한말로 걸리다, 뒤엉키다, 헝클어지다 등이 있는데, 그중 '엉키다' 어형에서 받은 간섭일지도 모른다.
'얽히고설키다'에서 '얽히다'는 왜 '얽히-'이고, '설키다'는 왜 '설키-'인가? 그리고 '설키다'는 왜 혼자 쓰이지 못하는가? 우선, 말이 어디서 온 것인지 분명하고, 다른 말과 관련성이 보인다면 원래 형태를 밝히는 것이 유용하다. '밝다, 밝히다'처럼 '옮기다, 뚫리다, 핥이다, 없애다', 또는 '싫증, 겉늙다, 굶주리다, 맞먹다' 등 어원이 되는 말의 꼴을 유지하면 의미 파악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얽히다'는 '얽다'에서 나온 말이며, '얽다'와 관련된 말이 지금도 여럿 있으니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 유용하다.
그런데 어원이 분명하지도 않고, 골똘히 생각해 봐도 연관된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 말이라면 어떨까? 속으로 깊이 든 병이라는 '골병', 속을 끓이는 걱정을 뜻하는 '끌탕', 그리고 '며칠, 업신여기다, 부리나케' 등의 말에서 어원을 찾아가며 말하는 이는 드물다. '넙치, 올무, 납작하다' 등은 어원이 있더라도 본뜻에서 멀어져 있다. 이럴 때에는 소리대로 적는 것이 언어생활에 더 경제적일 터인데, '설키다'도 그러한 예 중 하나이다. 몹시 복잡하게 된다는 뜻의 '설키다'는 단독으로 쓰이지 않고 '얽히고설키다'로 굳어 '얽히다'의 의미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랴. 말도 변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하다면 말의 사용자로서, 변해가는 말을 알아가려는 우리의 태도도 중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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