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상승·천적 감소 탓 개체수 급증
유충 서식지 한강, 상수원 보호구역
살충제 대신 붕어 등 천적 방류
장마철 자연감소하다 9월 다시 등장
"아 제발, 살려만 주세요."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일명 '잠실 팅커벨' 사진을 공유한 한 야구팬의 절규다. 조명이 환하게 켜진 야구장 하늘을 하얗게 덮을 정도로 몰려든 날벌레떼 탓이다. 야구장에선 파울볼이 그물망을 칠 때마다 붙어 있던 날벌레가 우수수 떨어져 관중들의 비명도 쏟아졌다. 날벌레가 맥주잔 속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야구장의 꽃' 맥주를 마시는 사람마저 줄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경기장에 지난 18일 야구 경기를 보러 갔다는 한 누리꾼은 "고개를 들기만 해도 팅커벨이 날아드는데, 선수들이 공을 제대로 볼 수나 있는 건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 누리꾼의 우려대로 선수들은 경기 도중 시야를 가리거나 귓속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날벌레를 쫓기 위해 팔을 휘두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날벌레떼는 야구장뿐 아니라 음식점, 주택 등도 점령했다. 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간판을 끄고 영업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음식 포장할 때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옥상(루프톱) 손님이 뚝 떨어졌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야구장과 음식점 등을 점령한 날벌레떼의 정체는 하루살이과 곤충인 동양하루살이다. 몸길이는 20∼30㎜에 불과하지만 날개를 펼치면 50㎜에 이른다. 날개가 크고 화려해 동화 속의 피터팬에 나오는 요정의 이름을 따 '팅커벨'로도 불린다. 낮엔 풀숲 등에 서식하다 밤이 되면 불빛이 있는 주택, 상가 등으로 날아드는 특성이 있다.
일각에선 '지구 멸망 전조'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오히려 동양하루살이 유충은 2급수 이상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환경 지표종'으로, 한강 수질이 개선되며 산란 환경이 크게 좋아진 것이 개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수온이 올라가며 유충을 먹이로 하는 민물고기가 줄고, 개구리와 잠자리 등 천적이 줄어든 것 역시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유충과 달리 입이 퇴화한 성충은 일반적으로 4, 5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굶어 죽고 모기처럼 감염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이 빗발치고 있지만, 유충 서식지인 한강 유역이 상수원보호구역인 탓에 살충제 살포 등은 어렵다. 붕어 등 상위 포식자 방류, 수목 정비, 가로보안등 교체 등 친환경 방역이 최선이다. 오후 8시 이후 조명 밝기 낮추기, 방충망 설치, 벽에 붙었을 경우 물 뿌려 떨어뜨리기, 밝은 색 옷 피하기 등도 효과가 있다.
동양하루살이 개체수는 5~6월과 8~9월에 급증하는데 장마철에 들어서면 자연감소한다. 하반기에 탈피하는 성충은 상반기 탈피 성충보다는 크기가 작다. 서울시 관계자는 "직접적인 방역활동은 한강 수질오염과 익충피해가 예상돼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차선책으로 고압살수기로 서식지를 교란하는 방법으로 방제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여름철 우기에 접어들면 개체수는 자연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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