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A병원, 사무장병원 의심으로 경찰 수사의뢰
A병원 재산 처분 절차… 처분시 부당이득금 환수 어려워
사무장병원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병원이 사실상 폐업해 자산을 처분하면서 부당 지급된 요양급여 수십억 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자칫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수사 결과 해당 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결론 나더라도 병원 재산이 남아 있지 않으면 건보공단은 그간 병원이 받은 요양급여를 회수할 길이 사라진다.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A병원은 개원 약 1년 만에 개점휴업상태가 됐다. A병원은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이라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곳이다.
이사장 남편이 실질적 운영자… A병원, 사무장병원 의심
A병원은 개설 직후부터 병원 안팎에서 사무장병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A병원을 소유한 B의료재단이 이사회가 아닌 이사장의 남편 C씨를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해 왔다는 것이다. C씨는 비의료인이다. 법조계에서는 의료법인의 경우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개인이 의사결정을 하는 등 비의료인에 의해 운영된다면 사무장병원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영리재단인 B의료재단은 투자를 받아 무리하게 병원을 설립했는데, 이를 진두지휘한 사람이 C씨였다. 병원 내부 관계자는 "이 병원은 처음부터 개인이 비영리법인을 이용해 이득을 얻기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혹이 제기돼 건보공단도 올해 초 보건복지부와 함께 A병원과 B의료재단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관련자 조사와 현장 조사 등을 거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건보공단은 특정 의료기관에 대해 사무장병원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경찰의 수사결과를 통보받아야 해당 병원이 받은 요양급여비 등의 환수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해당 의료기관이 검찰에 송치되면 공단은 그간 지급한 의료급여비나 요양급여비 등을 부당이득으로 규정하고 환수 절차에 돌입하는 식이다.
경찰 수사 후 환수절차… 병원은 재산 매각 추진
건보공단은 병원이 정상 운영 중일 경우 병원이 청구하는 요양급여의 지급을 보류하고, 이미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은 현금으로 징수한다. 미운영 의료기관은 병원·의료재단 소유의 재산 가압류 등을 통해 환수를 추진하기도 한다. 의료기관을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도 기관과 연대해 징수금을 납부하도록 하지만, 재산이 없거나 은닉한 경우가 많아 실효성은 떨어진다.
그런데 B의료재단은 A병원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병원 직원들은 임금 체불로 하나둘씩 퇴사해 올해 초 진료가 중단됐고, A병원은 보건소에 휴업을 신고했다. 재단 측은 최근 의료기기와 환자 침대 등 집기를 일부 처분했고, 지난달 재단 해산을 목적으로 관할 보건소에 기본재산처분을 신청했다. 보건소가 이를 허가하면서 재단은 병원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 수사에서 A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판단되더라도 B의료재단이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재산을 모두 처분하면 건보공단은 부당이득금을 환수할 방법이 없어진다. A병원이 그간 공단으로부터 받은 급여비용은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무장병원 관련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의료기관이 폐업하는 경우가 80%에 달해 건보공단의 부당이득금 환수율은 10% 미만이다. 이에 건보공단은 수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수사권을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요구해 왔다.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건보공단은 경찰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지원하고, 수사결과가 나오는 즉시 환수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신속한 수사 종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참고인 진술, 금융자료 분석 등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혐의 입증을 전제로) 환수조치나 혐의자 압류 가능 재산에 대한 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법인이 재산을 처분하더라도 추후 소송 등으로 끝까지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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