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플랩백 라지 1,480만원→1,570만원
백화점 명품 신장세 둔화됐는데 가격은 ↑
'비싸도 살 사람은 다 산다' 믿음 작용한 듯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대표 제품 클래식 플랩백의 가격이 1,500만 원을 넘겼다. 라지 사이즈의 경우 792만 원이던 2019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뛴(98.2%) 것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명품 소비가 둔화하면서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와중에도 명품업계는 예년처럼 줄인상을 이어갈 조짐이다. "비싸도 살 사람은 다 산다"는 명품업계의 자신감이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샤넬 3월에 이어 두 번째 인상…"환율 변동에 따라 조정"
23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이날 주요 핸드백의 가격을 6%가량 인상했다. 3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가격 인상이다. 가장 인기가 높은 클래식 라인의 경우 스몰은 1,311만 원→1,390만 원, 미디엄은 1,367만 원→1,450만 원, 라지는 1,480만 원→1,570만 원으로 올랐다.
샤넬은 2015년 전 세계적으로 도입한 조화로운 가격 정책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각 나라별로 가격 차이가 커지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며 "각국의 유로 환율 변동을 고려해 값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넬 외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연초부터 가방, 의류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5~10% 인상했다. 웨딩시즌이 다가오면서 명품 시계·주얼리 브랜드도 인상 대열에 합류해 롤렉스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2~6%, 까르띠에는 최대 15% 가격을 올렸다.
백화점 명품 매출은 '주춤'…그래도 가격 올린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8년 만에 역성장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 증감률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백화점은 2021년 1분기 보복 소비의 영향으로 증감률이 49.8%를 찍은 후 매 분기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으나 지난해 4분기부터 8.4%로 신장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해외여행 수요가 풀리면서 소비가 분산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하늘길이 열리면서 소비자가 돈 쓸 곳이 늘어났고 프랑스나 면세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수요도 늘어 신장률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물가 장기화로 명품에 대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지난해 높은 성과에 대한 역기저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명품업계가 계속 몸값을 높이는 이유는 희소성을 키워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샤넬은 지난해 네 차례 가격 인상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1조5,913억 원을, 영업이익은 66% 오른 4,129억 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에르메스, 샤넬 등은 특정 제품의 경우 연간 1인당 1개만 살 수 있도록 구매 수량을 제한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소비의 중심인 2030세대가 최근 메종 마르지엘라 등 가격대가 좀 더 낮은 명품에 지갑을 열고 있지만 전통 명품 브랜드의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팬데믹 시기 젊은 세대가 명품 매출을 늘리긴 했지만 명품업계가 집중하는 건 꾸준히 명품을 사는 단골 VIP 고객"이라며 "이들은 명품의 가격 인상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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