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엔 어떤 위성들이 실렸나
가람, 나래, 다솔, 라온.
가나다라 순서에 맞춘 예쁜 순한글 이름의 국산 위성들이 우주공간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한다. 가람, 나래, 다솔, 라온은 25일 발사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실린 큐브위성(Cubesat·초소형 위성) 도요샛(SNIPE)을 구성하는 4기의 이름이다.
함께 대오를 이뤄 나는 철새인 도요새(snipe)에서 이름을 딴 도요샛(도요새+satellite).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들어 우주에 띄운 날씨 관측 위성이다. 도요샛의 위성 4기가 정상 작동된다면 도요새처럼 편대비행(복수 위성이 거리와 궤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하면서 지구에서 가까운 우주 날씨 변화를 살피게 된다.
각 위성당 10㎏ 무게의 작은 크기지만 입자 검출기, 자력계, 랑뮤어 탐침(열 전자 밀도 및 온도 측정) 등 장비를 알차게 갖췄다. 이 위성들은 오로라 발생입자를 관측하고, 위성 및 위치정보시스템(GPS) 신호를 교란하는 전리층(지구 상공 60~1,000㎞)의 플라스마 버블을 탐지한다.
도요샛을 구성하는 위성 4기는 초기 한 달 동안은 자체 상태를 점검하고 관측기계 검정·보정 임무를 수행한다. 이때는 속도 차이로 인해 서로 간 거리가 최대 수천㎞까지 벌어지게 되는데, 이후 편대비행을 위해 내부 추력기를 돌려 비슷한 지점(10㎞ 이내)에 모이게 된다.
편대비행 첫 3개월 동안에는 같은 궤도를 한 줄로 도는 종대 비행을 하는데, 동일 지점 우주 날씨의 시간적 변화를 관측하게 된다. 그다음 3개월 동안에 가람, 나래, 다솔, 라온은 동서 방향으로 넓게(최대 수백㎞) 퍼져 횡대비행 모드로 진입한다. 같은 시간에 여러 지점의 우주 날씨를 관측하며 우주 날씨의 공간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특이한 기동을 통해 우주 날씨를 살피는 도요샛은 이미 우주로 나갔어야 했지만 그동안 국제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지상에서 계속 머물러야 했다. 지난해 상반기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타고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사가 무기한 연기됐고, 이번에 국산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가게 됐다.
이 밖에 누리호에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이 제작한 큐브위성 3기도 함께 탑재됐다. 루미르의 LUMIR-T1(우주방사능 측정), 져스텍의 JAC(지구관측 영상 활용을 위한 우주검증영상 획득),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지표면 편광 측정)도 이 누리호를 타고 우주 공간에 진출한다.
누리호에 실리는 위성 파트(사출장치·어댑터 포함 총 504㎏)에서 가장 덩치가 큰(180㎏) 주탑재 위성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만든 차세대 소형위성 2호(NEXTSAT-2)다. 지상 550㎞의 고도를 도는 이 위성은 △영상레이더 국산화 및 지구관측 △근지구 궤도 우주방사선 관측 △산·학·연이 국산화한 위성 핵심기술(4종) 검증 작업 등을 담당한다. ①영상 레이더 ②우주방사선 관측기 ③상변환물질 적용 열제어장치 ④X-대역 전력증폭기 ⑤GPS와 갈릴레오(유럽의 항법 시스템)를 갖춘 복합항법수신기 ⑥태양전지배열기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기능을 한 몸에 갖춘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과학·생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와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한반도 이상 기후에 영향을 주는 북극 해빙 현상을 관측할 수 있고(극지연구소), 산림보호지역의 생태변화를 탐지할 수 있으며(국립공원공단), 해양 환경오염을 관측하거나 선박을 탐지(해양경찰청)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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