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이버 위협 경보가 잦아지고 있다. 한미 외교당국은 최근 미국에서 민관 심포지엄을 열고 "북한 IT 인력 수천 명이 유엔 제재를 어기고 미국 등 전 세계에 위장 취업해 연간 5억 달러(약 6,600억 원) 넘는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대고 관련 물품 조달을 돕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킹 지원도 이들의 역할로, 라자루스 등 북한 연계 해커들이 지난해 훔친 가상화폐 규모는 최대 10억 달러로 추정된다. 미 백악관은 최근 북한이 미사일 자금의 절반을 이런 불법 사이버 활동으로 충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민간단체 세미나에선 "북한이 사이버부대를 사령부급으로 격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탈북 전문가 증언이 나왔다. 본보 추가 취재에 따르면 북한군은 현재 1만2,000명 규모인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부대를 3만~3만5,000명 규모로 확대 개편한다는 방침 아래 전국 상위권 학생들을 전문인력 양성기관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커 재목이라면 출신성분을 따지지 말고 양성하라는 이례적 지시를 내렸다고도 한다. 국가교육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사이버 전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한미 당국이 23일 각각 대북 독자제재를 단행하며 금성학원, 미림대학 등 북한 IT·사이버 교육기관을 공통적으로 대상에 포함한 건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국력이 남한에 크게 밀리고 장기간 고강도 경제제재까지 받고 있는 북한은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로 핵과 사이버 전력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북한이 여전히 한국을 주타깃으로 삼고 공공기관, 기업, 학계, 대학병원 등에 전방위 해킹 공격을 가하고 있는 만큼 국내 보안 수준을 높일 획기적 조치가 강구돼야 할 것이다. 국정원은 그제 최근 3년간 북한발 사이버 공격의 74%는 이메일 피싱이란 분석을 내놨다. 개인 보안수칙 준수가 피해 예방의 기본이란 얘기다. 최근 한미 정상의 '사이버 동맹' 합의 등을 계기로 사이버상 대북 국제 공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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