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직접 지원 6% 의혹엔 "법률 지원 중심"
지출 내역 누락 등 일부 회계 처리 허술 인정
배상금 20% 약정, 잘못 아니나 법 위반 소지
"노조 때리기 이은 親정부 여론 형성" 비판도
최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단체의 부정 운영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단체가 일부 후원금만 피해자 지원에 썼고, 정부 ‘제3자 변제안’이 발표된 뒤엔 피해자 유족에게 약정받은 배상금 일정액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단체는 “굴욕외교 비판이 커지자 화살을 민간단체에 돌리려는 의도”라고 항변한다. 주요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후원금 1.5억 중 피해자 지원은 400만 원?
25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1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를 보면, 한 해 수입 1억5,554만 원 중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 방문 지원 사업’에 427만9,350원을 지출했다. 인건비 등을 포함한 총 지출액은 6,400여만 원이었다. 수치로는 전체 지출의 6.6% 정도만 피해자 지원에 사용한 셈이다. 기부금 1억2,100여만 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의심을 샀다.
이에 시민모임은 이날 “우리 단체 목적은 피해자 복지지원이 아닌 인권회복을 위한 입법 활동 및 소송 지원”이라고 밝혔다. 적립된 후원금은 추후 사업에 쓸 목적기금이라는 설명이다. 피해자들을 기리는 역사관이나 자료관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단체 주장이 맞다고 해도 일부 회계처리가 허술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 피해자 기자회견 지원 등 일부 항목을 누락했고, 지난해 명세서에는 지출 내역을 나눠 기록하지도 않았다.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이 기부금 횡령 등 혐의로 일부 유죄를 받았던 전례를 감안할 때 안일한 처신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국언 시민모임 이사장도 “공시를 소홀히 했던 건 사실”이라며 “내역 보강과 관련해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배상금 20% 약정, 변호사법 위반?
시민모임은 전날 2012년 양 할머니 등 5명의 징용 피해자들로부터 손해배상금의 20%를 받기로 한 약정서를 공개했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해 배상금을 받은 피해자 유족에게 “약정대로 20%를 기부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공개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단체 측은 “(배상금 일부를) 공익사업 기금 목적으로 출연하기로 한 건 잘못이 아니다”라며 적극 반박했다. 실제 약정서엔 배상금은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교부한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사용처와 별개로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 상담을 하고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위반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를 소개하고 법률상담 대가로 배상금 일부를 받기로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법률 사무를 취급ㆍ알선했는지 확인 전까지는 법률 위반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다수 법률전문가 의견이다.
민노총 이은 징용 단체 때리기?
보수세력이 민주노총에 이어 강제징용 단체를 표적 삼아 정부에 유리한 여론 형성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 매체가 주축이 돼 의혹을 제기하고, 정부ㆍ여당이 호응해 논란을 키우는 과정이 연이은 ‘노조 때리기’와 흡사한 탓이다. 실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다렸다는 듯 시민단체 정상화 태스크포스(TF) 발족 소식을 알리며 “시민운동을 가장한 비즈니스”라고 날을 세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