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충남 천안에서 고교 3학년 김상연(18)군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3년간 학폭을 당하고 이달 들어서는 등교도 하지 않았는데, 학교 측은 제대로 된 상담도 대응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학부모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는데, 담임교사는 “그런 적 없다”고까지 하는 상황이다. 오랜 학폭을 몰랐다고 해도 문제지만, 피해자가 호소하는데도 학교 당국이 외면했다면 경악스러운 일이다.
김군은 유서에서 오랜 기간 복장·외모 비하, 욕설, 다른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 등의 놀림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을 제외한 학급 단체 메신저가 개설될 정도로 외톨이였고, 심지어 그의 장래 희망사항까지 놀림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특히 김군은 “담임 선생님과 상담 중 학폭 얘기가 나왔지만 선생님은 나를 다시 부르지 않았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신고하지 못하게 겁을 준 것 같다”고도 했다. 그의 부모는 지난 4일 학폭위 개최를 요청했으나 학교는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한다. 학교 측에 따르면, 담임교사는 “김군이 상담 당시 학교폭력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유족이 학폭위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학생이 사망한 이후에도 면피에만 급급한 교육현장은 실망을 넘어 충격적이다. 김군은 유서에 “이 나라는 가해자 편이니까”라고 썼다. 피해를 교사에게 털어놓은 뒤, 교사가 다시 자신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렸을 김군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사건은 아무리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시스템을 제도화해도, 교사와 학교당국이 방관하면 무용지물임을 보여준다. 최근 5년간의 학교폭력실태조사를 보면, 학폭을 신고한 학생의 32.4%가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학교 측이 학폭을 수수방관했어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 명의 교사가 학교폭력을 무마하고 은폐할 수 없도록, 상담과 신고 창구를 대폭 늘리고 학생·학부모 홍보라도 강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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