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경기 회복 더뎌"
경제성장률 연초 1.9%→1.4% 하향 조정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GDP)성장률이 1.4%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예측(1.9%)보다 0.5%포인트 낮춰 잡았다. 반도체 불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돼 수출 회복도 더딜 거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30일 이런 내용의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누적 무역적자액을 353억 달러로 예측했다. 당초 266억 달러 적자를 예상했지만 이 역시 늘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동향·통계분석본부 연구위원은 "①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생각보다 미미하고 ②반도체 수출 감소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 ③수출과 제조업 회복세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성장률 전망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수출...반도체로 타격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의 흥망성쇠는 반도체 수출이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12.6%에서 2017년 17.1%로, 2018년 20.9%로 치솟은 후 줄곧 18~19%대를 유지하다 올해 1~4월 13.4%로 쪼그라들었다. 1분기(1~3월) 수출액이 전년 대비 40% 줄어든 영향이다. 무역협회는 "올해 1~4월 반도체 수출 급감은 이 기간 우리나라 총수출 감소액의 60.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산업연은 반도체 불황에 대중 수출 위축, 글로벌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올해 우리나라 수출 총액이 전년보다 9.1% 감소한 6,216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입은 국제 유가 하락과 환율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10.2% 줄어든 6,569억 달러로 예상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중간재 제품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전제로 내다본 수치다. 산업연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260원대,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를 유지할 거라고 보고 있다.
산업연의 추산대로면 사상 최대 적자를 보였던 지난해(-472억 달러)에 비해서는 적자 액수는 줄지만 2년 연속 무역 적자를 기록한다. 산업연은 반도체 수출 하락이 내수 경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관련 설비투자 등에도 영향을 줘 길게 보면 국내총생산을 깎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해당 분기의 국내총생산은 0.16% 줄어든다.
수출 효자 자동차 경기도 하반기에는 주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산업연은 "고물가 및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기술패권 경쟁 확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 수요 회복을 제약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올 상반기 수출 효자 노릇을 했던 자동차 생산이 하반기에는 2.1% 감소하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도 올해 상반기 30.9% 생산을 줄인 데 이어 하반기에도 전년 대비 20.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은 13대 주력 산업 중 이차전지(10.9%), 조선(73.6%), 철강(4.1%), 석유화학(1.1%)을 뺀 대부분 산업이 올 하반기 전년 대비 생산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수출 실적을 감안하면 산업연의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일까지 올해 무역수지 누적 적자액은 295억 달러로 산업연의 상반기 전망액(293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산업연은 "최근 몇 달 동안 20일부터 말일까지의 무역이 흑자를 기록, 월별 무역 적자액을 줄이는 상황이라 이런 부분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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