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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경종 울릴 형량 아냐"... 스쿨존 가해자 징역 7년에 유족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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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경종 울릴 형량 아냐"... 스쿨존 가해자 징역 7년에 유족 눈물

입력
2023.05.31 14: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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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안전운전했다면 사고 피했을 것"
검찰 20년 구형에서 형량 3분의 1로 줄어
"도주 의사 단언 어렵다" 뺑소니는 무죄
유족 "살인 흉기나 마찬가지인데... 실망"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에 스쿨존 사고로 숨진 초등생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놓여 있다. 김소희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에 스쿨존 사고로 숨진 초등생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놓여 있다. 김소희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운전으로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숨진 초등생의 아버지는 "음주운전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형량은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최경서)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모(40)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고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스쿨존에서 만취 운전을 하다 이모(9)군을 치어 숨지게 하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고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 취소 수준(0.08%)을 훨씬 상회했다.

검찰은 "위법성이 매우 중하고 이군의 과실도 없다"며 이례적으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고씨는 "제 목숨을 빼서라도 아이가 부모님 곁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매일 생각한다"며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하지만 뺑소니 혐의에 대해선 "가장 가까운 곳(자기 집 주차장)에 주차하고 현장으로 뛰어서 돌아왔다"며 부인해 왔다.

재판부는 "전방을 주시한 상태로 안전 운전을 했다면 충분히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씨는 사고 현장 인근에서 상당기간 거주해 스쿨존이라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만취 상태에서 운전해 죄질이 나쁘다"며 "아홉 살에 불과한 이군이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데다 유족 또한 고씨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씨가 사고 현장을 이탈해 이군에게 2차 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초래했고, 직접 119에 구조신고를 하지 않은 점도 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재판부는 다만 뺑소니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고씨가 사고 당시 현장을 이탈했지만, 차를 자신의 집 주차장에 대어놓고 현장으로 돌아온 시간이 불과 40여 초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고씨가 자동차 뒷바퀴로 이군을 밟고 지나갈 시점에는 미필적으로나마 사고를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고 발생 장소와 (차를 댄) 주차장까지의 거리가 10m로 짧고, 고씨가 사고현장에 복귀해서 목격자들에게 가해자라는 사실을 밝힌 점을 고려하면 도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족은 판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군의 아버지는 1심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 "음주운전 중인 자동차는 살인할 때 칼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며 "형량이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게 할 만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뺑소니 혐의 무죄 판단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는 (아이를 치고) 집으로 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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