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국회' 오명 20대보다 6.8%P 낮아
여야관계 경색에 상임위 파행으로 가동
"남은 1년도 총선 준비로 바쁠 것" 전망
임기 1년을 남긴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겨우 30%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회가 '일하는 국회'를 자처했음에도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20대 국회보다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관계 경색에 따라 상임위원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는데, 실제로 정쟁이 첨예한 국회 운영위가 법안 처리율 꼴찌로 드러났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날까지 제출된 법률안 2만1,718건 가운데 6,549건이 처리(30.1%), 나머지 1만5,169건은 계류 상태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20대 국회의 최종 법안 처리율(36.9%)보다 6.8%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번 국회가 2021년부터 상임위 개최를 활성화하는 '일하는 국회법'을 시행하는 등 법안 처리에 의욕을 보인 만큼 현재의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친단 평가가 많다.
계류 법안이 가장 많은 상임위는 행정안전위(2,101건)였고, 이어 보건복지위(1,669건)와 법제사법위(1,559건) 등 순이었다. 이들 3개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이 전체 계류 법안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행안위와 보건복지위는 제출된 법안 건수가 각각 3,078건, 2,324건으로, 상임위 통틀어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일이 많은 편이다.
처리율로 따질 경우 운영위가 13.3%로 가장 낮았다. 법사위(17.7%)와 정무위(21.8%),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24.8%)가 뒤따라 하위권을 기록했다. 대체로 현안이나 쟁점법안이 많아 여야의 충돌이 빈번한 곳들로 꼽힌다. 처리율 1위는 정보위(40%)였는데, 상임위 특성상 제출된 법안 건수가 25건에 불과해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상위권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39.6%)와 문화체육관광위(39.0%),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38.4%) 등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 처리율이 저조한 이유는 상임위 가동이 원활하지 않은 탓으로 분석된다. 17개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의 월평균 개최 횟수는 2020년 1.1회에서 지난해 0.6회로 반토막이 났다. 한 초선의원은 "전반기 국회의 후반부는 대선 준비를 하느라 법안소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고, 막상 열려도 2시간 남짓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주요 법안을 다루기에도 벅찼다"고 말했다. 여야 갈등이 심한 상임위는 전체회의 또한 가뭄에 콩 나듯 열리고 있다. 대통령실을 둘러싼 정쟁과 방송법 개정안 등으로 여야 입장이 첨예한 운영위와 과방위는 의사일정 합의가 번번이 불발되면서 올해 들어 전체회의 개최 건수가 월평균 1회에도 못 미쳤다. 운영위의 경우 지난해에는 법안소위 개최가 전무했다.
21대 국회의 최종 성적표는 남은 1년에 달렸지만, 총선이 임박한 만큼 법안 처리 속도가 반등할지는 의문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마지막 국정감사 준비로 여념이 없고, 국감이 끝나면 여야 모두 지역구로 내려가 총선 준비에 올인할 태세여서 법안 심사에 공을 들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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