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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지원 빌미로 통폐합 종용하는 셈"… 글로컬대학이 불러온 통폐합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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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지원 빌미로 통폐합 종용하는 셈"… 글로컬대학이 불러온 통폐합 '시끌'

입력
2023.05.31 18:14
수정
2023.05.31 18: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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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신청 마감… 20여 곳서 통폐합 추진, '졸속' 우려
부산교대 비대위 "가성비 교사 양성이 혁신인가" 통합 저지 투쟁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역 7번 출구에서 부산대학교 사범대와 통폐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대학 사업 추진에 반발한 부산교대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역 7번 출구에서 부산대학교 사범대와 통폐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대학 사업 추진에 반발한 부산교대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정부가 지원금을 무기 삼아 지방대 통폐합을 손쉽게 이루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한 지방 사립대 A총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대학 지원 사업인 '글로컬대학30' 사업에 대해 "정부가 지방대 육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대학은 타 대학과의 통폐합 계획 없이 글로컬대학 사업 참여 신청서를 냈다. 정부가 통폐합을 추진하는 대학들에 가산점을 줄 경우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 A총장은 "열악한 지방대 재정 상태를 감안하면 한 대학에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되느냐 떨어지느냐는 학교의 명운이 달린 일"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방대를 육성하겠다는 사업이 통폐합을 종용하는 '살생부'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혁신'을 조건으로 학교당 5년간 국고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인 '글로컬대학30' 신청이 31일 마감됐다. 신청 대상은 비수도권 일반대와 전문대 200여 곳이다. 올해 10개 안팎의 대학을 선발하고 2026년까지 30곳을 지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학이 제출한 5쪽짜리 혁신기획서를 평가해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교육부가 예를 든 혁신 방향 사례는 △교육과정 및 연구개발 전면 개편 △대규모 구조개혁 및 정원조정 △평가 방식 개선 등 과감한 교원인사 개혁 △대학 거버넌스의 획기적 개선 △지역 산업 및 문화 파트너십 형성 △대학 간 통합 및 학문 간 융합 등 6가지다. 이번 사업대상 선정은 기존의 정량평가와 달리 100% 정성평가로 이뤄진다. 세부 평가 배점은 학교 내·외부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혁신적인지 등을 따져보는 '혁신성'이 60점, 성과관리와 지역적 특성이 각 20점씩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혁신 방향과 평가 배점을 살펴보면 결국 학교 간 통폐합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학들 사이에서 '통합하지 않으면 지원도 없다는 식의 살생부나 다름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학 간 통폐합을 추진 중인 곳은 20곳 정도다. 안동대-경북도립대, 부산대-부산교대, 동서대-부산디지털대-경남정보대, 충남대-한밭대, 충북대-한국교통대, 강원대-강릉원주대 등이 통폐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 사업에 문을 두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글로컬대학 사업 신청을 위해 급하게 통합을 추진할 경우 졸속 통폐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우려는 학내 반발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대와 통합을 결정한 부산교대다. 부산교대 총학생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통합 저지에 나섰다.

부산교대 비대위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은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통합을 강행하고 있다"며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통합 이후 유초중등 융합 교육과정 운영, 융합형 교사 양성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학교급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가성비 교사' 양성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부산교대 비대위는 전체 학생 동맹 휴업과 학내 농성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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