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2일 후 이란 대통령과 전화 회담
'스웨덴 가입 논의' 나토 회의엔 불참 통보
미국서 F-16 도입 위한 '흥정 시작' 분석도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30년 종신집권 시대’를 열자마자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 상태인 이란에 손을 내밀었다. 이와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는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미국 등 서방의 기대에는 엇나가는 ‘마이 웨이’ 외교 행보다. 오는 7월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전에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를 매듭지으려던 서방으로선 당분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만 바라봐야 할 처지가 됐다.
'반미 국가' 이란 껴안고 나토 회의엔 불참 통보
30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실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8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지 이틀 후인 이날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했다. 이란은 핵 개발 움직임과 러시아와의 무기 밀거래 등으로 서방국들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오히려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담에서 “향후 양국 관계가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활발히 성장할 것”이라며 이란과의 공조를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프레스TV는 “에르도안 집권 이후 20년간 두 나라 간 무역 규모가 더 커졌다”며 “튀르키예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불법 제재에 단호히 반대한 드문 국가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튀르키예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러시아나 이란 등 반미 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나토의 이단아’로도 불리는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합류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흥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낸 스웨덴은 튀르키예 및 헝가리의 반대에 직면한 상태다. 당초 스웨덴은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나토 가입의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F-16 도입 위한 ‘밀당’의 시작?
스웨덴의 나토 합류를 기대하는 미국 등은 대선 이후 튀르키예의 반대 기류가 누그러지긴커녕, 오히려 더 강경해지자 공개 압박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스웨덴 룰레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시간이 됐다.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며 튀르키예에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을 촉구했다.
튀르키예는 2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전투기 F-16 도입을 위해 이 사안을 ‘거래 조건’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공식적으로는 튀르키예에서 테러 집단으로 규정된 쿠르드노동자당(PKK) 조직원을 스웨덴이 보호한다는 걸 문제 삼고 있지만, 진짜 속내는 미국 의회의 ‘F-16 판매 반대’ 입장을 바꾸기 위한 지렛대로 쓰려 한다는 얘기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F-16 전투기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두 사안의 ‘빅딜’ 가능성을 언급했다.
F-16 판매의 열쇠를 쥔 밥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중요한 건 에르도안이 튀르키예와 함께 미래로 어떻게 나아가고 싶어 하느냐의 문제”라면서 “만약 이전과 같거나 그 이상이라면, 나 역시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뜻이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튀르키예 간 ‘밀당(밀고 당기기)’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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