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련 농성 진압 과정 유혈사태에 반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도 파행 위기
민주노총과도 갈등... 노정관계 극단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릴 예정이었던 노사정 간담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노조 시위 진압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정부와의 대화 채널에 참석하던 한국노총까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창 진행 중인 최저임금위원회마저 파행 위기를 맞으면서 노정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과 함께 3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 하청업체 노조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과잉 진압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날 오전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에서는 망루를 설치해 29일부터 고공 농성 중이던 하청업체 소속 김준영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경찰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전날 지상에서 농성 중이었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넘어진 상태에서 뒷목이 눌린 채로 수갑이 채워져 연행됐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6월 1일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어제와 오늘 연이어 자행된 윤석열 정권의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라며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주재하는 이번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노사정이 함께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였다. 정부를 대표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노동계 대표 김동명 위원장, 경영계 대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과 노동 현안에 대해 대화할 예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실패가 결국 노동자와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앞에서는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뒤에서는 농성장 벼랑 끝에서 노동자를 폭력 진압하는 정권에 대해 이젠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라며 "윤석열 정권은 노동계가 필요 없음을 아주 노골적이고 직접적이고 폭력적으로 표현했다"고 성토했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마저 정부에 등을 돌리면서 본격적인 논의에 접어들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도 파행 위기에 처했다. 진압 대상이 된 김준영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9명 중 1명이다. 이날 양대노총은 공동성명을 통해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되는 시점에 그를 유치장에 가둬두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며 "오늘 연행으로 앞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비롯한 회의 파행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 있음을 똑똑히 인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 전원회의 예정일은 6월 8일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구성원 27명 중 14명 이상만 참석하면 개의가 가능하지만,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3분의 1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안건 의결은 불가능하다.
한편 이날 오후 민주노총은 서울 도심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앞서 경찰은 "불법집회 시 캡사이신 분사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노정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노총은 내달 24일 전국노동자대회, 7월 3~15일 총파업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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