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명.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숫자다. 40초당 한 명꼴로 비극적 선택을 한다는 얘기다. 자살 사망자 한 명당 자살자를 아는 사람은 135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추산하면 매년 1억8,000만 명이 자살에 노출되는 셈. 자살은 전 세계적 공중보건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살 문제 전문가인 로리 오코너 글래스고대 건강심리학과 교수의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는 자살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는 20여 년 이상 자살자(시도자)의 메모와 유서 분석, 유가족 인터뷰와 연구 등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자살의 심리와 원인, 예방책 등을 제시한다. 자살과 연관된 여러 속설과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면서 자살 예방의 실마리를 찾는다. 가령 ‘감정상태가 좋아지면 자살위험이 줄어든다’는 속설에 대해 저자는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반대”라고 반박한다. 우울증으로 억압받는 사람은 자살 실행의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문제를 풀 ‘해결책’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면 감정이 고조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자살 위기에 있는 사람이 기분이 이유 없이 좋아진다면 그 사람을 좀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자살ㆍ자해 시도를 ‘관심받으려는 행위’로 보는 일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사회적ㆍ개인적 동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자살의 원인을 짚어내고 완벽한 예방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예방의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주변 사람들이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끼지 않도록, 단절돼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우리 모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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