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멤버' 포카 얻으려 대량 구매
중고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거래
이젠 팬들이 굿즈 제작 먼저 요청
파파존스는 5월부터 피자를 시키면 여성 아이돌 아이브의 포토카드(포카)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베스트 메뉴 주문 시 멤버별로 한 장씩 총 여섯 장이 들어있는 한정판 포카 한 세트를 선착순 증정한다. 포카는 원래 아이돌의 앨범 속에 들어있는 굿즈다. 랜덤으로 한두 장뿐이라 '최애 멤버' 포카를 다 모으기 위해 앨범을 여러 장 사거나 다른 팬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 효과는 도드라졌다. 포카를 위해 제품을 대량 구매했다는 팬들의 인증이 쏟아진다. "포토카드를 샀더니 제품을 덤으로 받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트위터,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해당 굿즈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할인가 2만4,500원짜리 제품을 사면 받는 포카를 2만5,000원에 판매하는 일도 있으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당 매물은 다 팔렸다.
'아이돌 팬'에서 '브랜드 팬슈머'로
과거 기업들은 '유명 아이돌+유행어' 조합의 잘 만든 TV광고 하나로 판매고를 끌어올렸지만 이제 옛말이 됐다. 대신 아이돌 유명세를 등에 업고 인지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협업 제품을 만들고 포카를 선물하는 등 진화된 아이돌 마케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해 제품을 더 사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직접 제품 기획·제조·유통 등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팬슈머(팬+컨슈머)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 제품의 '굿즈화'
심지어 아이돌 협업 제품을 만들어 제품 자체를 굿즈화하는 경우도 있다. 맥도날드는 1일 여성 아이돌 뉴진스의 마스코트인 토끼 캐릭터를 새긴 햄버거 패키지를 선보였다. 새롭게 출시한 '뉴진스 버거' 세트 메뉴를 구매하면 해당 패키지를 받을 수 있다. 뉴진스는 지금껏 모든 음반 커버를 색깔만 다른 토끼 캐릭터로 통일해왔다. 공식 팬덤 이름도 토끼를 뜻하는 '버니즈(bunnies)'다.
앞서 맥도날드는 2021년 '더 BTS 세트'를 출시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상징인 보라색과 그룹 로고를 활용해 패키지를 디자인했다. BTS 세트는 전 세계 곳곳서 오픈런, 품절대란까지 일어나게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첫날 인도네시아에서는 BTS 세트를 사려는 인파가 몰려 12개가 넘는 매장에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5월 '비타500 제로 르세라핌 팝아트 에디션' 한정판매를 시작했다. 병당 멤버 한 명의 모습을 새겼다. 총 5개 낱병 에디션을 수집하면 르세라핌 영문 그룹명이 완성된다. 광동제약은 스티커도 제작했다. 공식 온라인몰 '광동상회'에서 비타500 제로 르세라핌 팝아트 에디션 한 박스(100㎖ 20병)를 사면 멤버들의 광고 미공개컷이 담긴 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데 새로운 굿즈 출시 소식에 팬들은 마음과 지갑을 활짝 열었다.
"돈은 준비됐어, 이제 굿즈만 있으면 돼"
놀랍게도 이제는 팬들이 먼저 기업에 굿즈 제작을 요청한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브랜드 모델 발탁 소식이 들리면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 포장지, 포토카드, 엽서, 피규어 등 어떤 형태든 좋으니 소장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토끼 캐릭터가 새겨진 뉴진스 버거 스페셜 패키지와 비타500 제로 르세라핌 팝아트 에디션도 팬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탄생했다. 팬들은 "역시 맥도날드는 (팬들과) 말이 통한다", "멤버 에디션을 모두 수집하니 뿌듯하다" 등 호응했다.
지나친 굿즈 마케팅, '과소비 유도' 지적도
그러나 지나친 굿즈 마케팅은 10대 팬들의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과거 네이처리퍼블릭은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에게 만 원 단위로 그룹 엑소의 멤버별 퍼즐 등신대, 포스터, 달력, 화보집 등을 줬다. 금액별 사은품 양이 너무 많고 심지어 일부는 멤버별로 랜덤 제공돼 상술이 지나치다는 눈총을 받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황모(41)씨는 "아이가 포카를 얻기 위해 수십만 원을 썼다"며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뿐 아니라 이제는 광고하는 제품까지 사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장 이준영 교수는 "필요성이 아닌 이미지에 의존한 구매는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은 랜덤 형식의 굿즈 제공 등 지나친 상업적 마케팅을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스타 마케팅이 반복되면 소비자가 실증을 느낄 수 있다"며 "제품 가치·품질 발전에 집중하고 모델의 이미지가 제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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