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무역수지 21억 달러 적자
정부 "적자 폭 줄어" VS 전문가들 "불황에 수입도 준 탓"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면서 5월 수출액이 1년 전과 비교해 15.2% 줄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연속 역성장으로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도 15개월째 적자를 이어갔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3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522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5.2% 줄었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14개월 연속 역성장 후 최장 기간 감소세다. 수입액은 543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21억 달러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73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2% 줄었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째 마이너스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데 D램, 낸드 등 주력 품목의 원가가 폭락한 영향이 컸다. 자동차(49.4%)·일반기계(1.6%) 수출이 늘었지만, 석유제품(-33.2%)·석유화학(-26.3%)·이차전지(-4.9%) 등 주력 15개 품목 중 13개의 수출액이 전년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중국(-20.8%), 미국(-1.5%),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21.2%), 유럽연합(EU)(-3.0%), 중남미(-26.3%), 중동(-2.6%) 등 6대 주요 지역 수출이 모두 줄었다. 다만 미국과 EU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출액을 찍었지만 지난해 5월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한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 이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1995년 1월∼1997년 5월까지 29개월 적자가 난 후 최장기간으로 올해 누적 적자액은 273억4,000만 달러로 늘었다.
산업부는 대신 "무역적자 규모는 1월(125억3,000만 달러)이후 계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자 폭이 줄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무역수지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장영진 산업 1차관은 지난달 22일 "늦어도 9월"이라고 시기를 못 박았다.
수출 품목 다변화하고 미국‧EU 시장 공략해야
그러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전망이 밝지 않다. 1월 후 적자 폭이 개선되고 있는 건 수출 못지않게 수입액도 줄기 때문인데 중간재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은 다시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악순환의 신호탄'으로 읽힐 수 있다. 실제 수입액 감소는 지난해 가격이 폭등한 원유(-16.2%), 가스(-20.2%), 석탄(-35.1%) 등이 올해 안정세를 되찾아 에너지(-20.6%) 수입액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에너지 외에는 반도체(-14.6%), 철강(-17.6%), 컴퓨터(-22.9%) 등 원부자재 수입이 크게 줄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에너지를 제외한 수입액 감소는 상당 부분이 원자재에서 비롯됐다"며 "하반기 수입액이 줄어서 무역수지가 흑자 반등할 즉 '불황형 흑자'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못지않게 수출에도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본, 대만 등 정보통신(IT)과 중간재 수출이 많은 국가들의 수출이 최근 꾸준히 역성장한 반면 미국과 독일 등 수출 품목이 다양한 국가의 수출 경기는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와 EU시장은 우리나라가 자동차 등 소비재를 많이 수출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장 실장은 하반기 경기가 나아져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의 반도체 호황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수출 다변화 전략을 세우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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