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일부러 피하는 '얼리(early) 휴가' 늘어
호텔업계 다양한 상품·저렴한 가격 상품 제시
# 6년차 직장인 성모(32)씨는 이달 중순 태국 방콕으로 4박 5일 동안 여름휴가를 떠난다. 성씨가 방콕행 비행기 값으로 쓴 돈은 왕복 약 21만7,000원으로 7월 말(29일 출발 기준 직항 65만8,000원) 가격과 비교하면 3분의 1밖에 안 된다. 숙박비까지 다 하면 절반 가격이었다. 성씨가 본격 여름휴가 시즌은 아직이지만 남들보다 빨리 휴가를 즐기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사람 몰리는 성수기 대신… 더 저렴한 '6월 휴가' 수요↑
고물가 영향으로 여름휴가에 쓰는 각종 항공·숙박비 등도 덩달아 오르면서 '7말8초'(7월 말~8월 초) 성수기를 피해 일찍 여름휴가를 떠나는 ‘얼리 휴가족'이 늘고 있다. 여행 수요가 몰리는 성수기에 항공료와 숙박 비용도 비싸지는 시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제주항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응답자 중 42%는 성수기인 7, 8월이 아닌 5·6·9·10월에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이들 응답자 중 52%는 성수기에는 여행 비용이 비싸서라고 이유를 골랐다. 게다가 올여름은 '5일 빼고 비가 내린다'는 긴 장마가 예상되면서 빨리 휴가를 다녀오려는 수요도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업계는 직장인들이 과거보다 연차를 자유롭게 쓰게 되면서 명절이나 7, 8월에 쏠렸던 여행 수요가 골고루 나눠졌다고 보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6월 출발 예정 패키지 예약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투어의 9월 추석(29일) 연휴 상품은 여름 성수기 상품보다 더 빠르게 팔렸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추석 황금연휴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10% 증가하고 이미 보유 항공기 좌석의 90% 이상이 팔렸다"며 "7말8초 패키지 상품에 대기 수요가 몰렸던 과거에 비해 다른 시즌으로 여행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7~9월 해수면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는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80%로 전망하면서 더위와 폭우를 피해 이른 휴가를 가고자 하는 수요도 더해졌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무더위를 피해 상대적으로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선택지로 이른 휴가를 택하는 것이다. 이달 말 제주로 휴가를 가는 A씨는 "7월 날씨를 보면 내내 비 소식"이라며 "여행에선 날씨가 제일 중요한 만큼 최대한 날씨가 좋을 때 휴가를 다녀오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비수기로 꼽히던 6월 출국자 수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2.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연평균 증가율인 8.3%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여름휴가 성수기로 꼽히는 7월(9.5%)과 8월(5.8%)의 증가율보다도 높았다.
덜 덥고, 할인도 많아…'얼리 서머' 이벤트 인기
얼리 휴가족이 늘면서 호텔업계도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할인 상품을 내놓고 있다. ①서울신라호텔은 다음 달 9일까지 객실 1박, 카바나 및 야외 수영장 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어번 아일랜드 카바나 얼리 서머' 패키지를 선보인다. ②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또한 오아시스 야외 수영장 2인 입장 혜택과 객실 1박,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 조식 2인, 피트니스 및 실내 수영장 2인 입장 혜택이 포함된 '오아시스 얼리 서머' 패키지를 23일까지 판매 중이다. ③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은 6월 최대 40%까지 할인 혜택을 적용한 '스테이케이션 페스타'(Staycation Festa)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④코오롱 리조트 앤 호텔은 물놀이장 이용권 등을 6월에만 77%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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