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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인구 35%가 고령자.... '노인당'이 한국정치 칼자루

입력
2023.06.12 16:00
수정
2023.06.28 19:5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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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쇼크가 온다: 1-② 2038 예측 시나리오]
한국 정치지형, 노인과 이민자가 바꾼다

편집자주

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년. 기성 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 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040년 4월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나왔다. 제10차 개헌(2036년)을 통해 대한민국 정체(政體)를 의원내각제로 바꾼 뒤 치른 두 번째 총선인 이번 선거에서, 거대 양당인 자유당과 민주당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헝 의회(hung parliament) 상황이라, 용산 총리공관을 차지하려면 양당 모두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나 두 당은 각각 40%씩 의석을 가져갔을 뿐이고, 제각기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군소정당 및 무소속 당선자를 끌어들여도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

연정 구성이 어려워진 이유는 이번 총선에서 진보·보수로 나눌 수 없는 특이한 정당이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바로 33석(의석 11%)을 확보하며 단숨에 원내 제3당으로 떠오른 어르신공경당. 스스로를 '공경당'이라 불러달라는 이 정당의 공약은 노인의 권리를 챙기는 내용 일색이다.

공경당은 △65세 이상 의료비 50% 감면 △임플란트 갯수 상관 없이 건강보험 적용 △2030년 폐지된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부활 △80세 이상에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1인용 차량 구매비용 80% 지원 등의 공약을 들고 나왔다. 비례대표 후보 전원을 이민자로 내세우며 제4당에 등극한 새조국당의 돌풍도 거셌지만, 연정 캐스팅보트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


◆ 2040년 총선 결과(단위: 석)300석 중 151석 이상 확보시 연립정부 구성
고령화, 이민 증가, 이념 양극화 등을 감안한 가상 시나리오


자유당은 공경당을 연정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회부총리와 복지부· 보훈부 장관 자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공경당과의 연정 협상을 위한 사전 교섭에서 장관 두 자리 제공을 약속하는 동시, 고령자 의료비 감면안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인정당인 공경당은 꽃놀이패를 잡았다.

거대 양당, 고령자의 포로가 될 수도

친트럼프 시위대가 미국 의회를 습격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에서 시위대를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친트럼프 시위대가 미국 의회를 습격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에서 시위대를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위 내용은 고령화와 이민 증가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예상해서 만들어 본 2040년 총선 가상 시나리오다. 최대 인구집단으로 떠오를 고령자의 정치세력화, 출생아 수 급감에 따른 청년층 감소, 노동력 부족을 벌충하기 위해 예상되는 이민 문호 개방 등에 따라, 이념·지역 중심으로 형성됐던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은 급격한 지각변동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단 정책의 중심 타깃이 고령층으로 이동하고, 정치권이 최대 집단인 노인들의 표심에 휘둘리는 현상이 예상된다. 통계청 인구추계 중 출산율을 비관적으로 본 저위추계에 따르면 2040년 한국의 인구는 4,755만 명으로 감소하는 대신, 65세 이상 고령층이 35%(현재 18%)에 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으로 결집하지 못하는 20·30세대의 정치력 비중이 낮아지는 반면, 현재의 40·50세대가 노년층이 되어서도 정치적 위상을 계속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노인당이 나올 수 있고, 기존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인정당의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가 늘면서 이들의 정치 세력화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40년 이주배경인구(귀화자+이민자 2세+외국인)가 323만 명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주배경을 가진 중앙 정치인은 필리핀 귀화자인 이자스민 전 의원 정도가 전부였지만, 앞으론 정당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세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치 지형 변화가 다극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나이·출신 배경에 따른 갈등 또한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노인 목소리는 과다대표 되는 반면 청년·이민자층은 과소대표돼 계층 간 갈등이 격해진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보편화, 디지털 혁명 등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불안 요소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서비스(SNS)의 정치적 파급력이 커지면서 극단적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게 이를 방증한다. 유승찬 대표는 "계층 간 불평등 심화로 소속감을 바라는 사람이 늘고, 더 강한 지도자를 원하는 포퓰리즘이 득세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등장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장기집권에서 보듯, 특정 세력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파시즘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자원 파시즘도 경계해야


베니토 무솔리니와 아돌프 히틀러.

베니토 무솔리니와 아돌프 히틀러.

과거 파시즘의 원동력은 민족이나 인종 같은 요소였으나, 21세기 파시즘은 기후나 자원 문제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미 유럽에선 극단적 수단까지 정당화하는 과격한 생태주의를 일컫는 에코파시즘까지 등장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기후 문제와 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점차 커질 것"이라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특정층의 분노 심리를 자극하는 포퓰리즘과 만나면 극단적 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극화를 극복할 대안으로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수용할 것을 제안한다.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시하고 참여하면 대의제의 한계인 과소·과다대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미래전망 연구' 보고서에서 아일랜드의 '헌법개정시민의회'를 성공 사례로 들었다. 2008년 의원 33명, 시민 66명, 의장 1명 등으로 의회와는 다른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했고, 숙의를 통해 동성결혼 허용과 낙태 허용 등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박 연구위원은 "여러 나라가 2000년대 들어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추첨과 숙의를 결합한 시민의회를 시도하고 있다"며 "정치에서 소외되는 시민들이 더욱 적극적인 자기 통치의 자유를 누리고 싶은 욕구가 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절반 쇼크가 온다' 글 싣는 순서

제1부 인구 충격 진앙지, 절반세대
①소멸은 시작됐다
②2038 대한민국 예측 시나리오
③절반세대 연애·결혼·출산 리포트
④절반세대 탄생의 기원

제2부 무너진 시스템 다시 짜자

제3부 절반세대가 행복한 세상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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