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호우카댐 파괴... 우크라·러, 서로 "테러" 비난
우크라 반격에 러시아 복수? "핵 위협 고조" 우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 있는 카호우카댐이 6일(현지시간) 포탄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드니프로강은 순식간에 불어났고, 수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강에서 냉각수를 끌어다 쓰는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 자포리자 원전이 위험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를 폭격자로 지목했다.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밀리지 않기 위해 러시아가 극단적인 수를 썼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댐 붕괴는 전쟁 양상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실질적 핵 위협을 가하는 쪽으로 전쟁이 확대되는 시발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 침수…수만 명 '위험'"... 범인은 러시아?
카호우카댐은 드니프로강의 댐 6개 중 가장 하류에 있다. 상류 5곳은 우크라이나가, 카호우카댐은 러시아가 통제한다. 카호우카댐은 우크라이나 남부, 러시아 관할인 크림반도에 물을 공급한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댐 폭파로 홍수가 나며 주민 수만 명이 긴급 대피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드니프로강 우측 강변 10개 마을 주민들은 대피하라"고 알렸다. 우크라이나 공영방송 서스필네는 "정착지 10곳이 완전 또는 부분 침수됐다. 1만6,000명이 위험 지역에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RIA통신은 2만2,000명이 위험하다고 전했다. 최대 80개 정착지가 침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피난용 열차도 긴급 투입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다. 즉각 안보국방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반박했다.
우크라 대반격 속... 댐 붕괴, 누가 했든 '확전' 조짐
이번 댐 붕괴는 우크라이나 대반격에 대한 러시아의 재반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러시아는 5일 "우크라이나가 4일 대반격을 개시했다"고 발표했고, 댐 붕괴는 이틀 만에 발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6일 "1,500명의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나왔고, 우크라이나 탱크 28대와 장갑차 109대에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가 우위를 잡았다는 근거는 없다.
댐이 무너지면 자포리자 원전이 위험해진다는 점을 노리고 러시아가 사실상 핵 위협을 가한 것이라고 우크라이나는 주장한다. 안드리 예막 대통령 비서실장은 "러시아는 '핵 재앙'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포리자 원전이 강 상류에 있고 파괴된 댐과 거리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즉각적 핵 위험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상황을 예의주시할 예정이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댐 붕괴를 '초토화 전술'이라고 부르며 "수천 명의 사람을 죽이고 노숙자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쟁은 급속도로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본토에 대한 러시아 민병대의 공격이 잦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크라이나는 부인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쪽 벨고로트가 공격받을 때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갑차와 소총 등이 목격됐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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