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전념한 임기 첫해
미뤄둔 국내정책 과제 산적
새 출발하는 각오로 임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3월 한일 정상회담, 4월 미국 국빈 방문, 5월 주요 7개국(G7) 회원국 정상과의 양자 및 다자회담을 뒤로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물론 지난달 하순 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 다음 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 일정은 계속되지만,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라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외교 노선은 저 석 달간의 강행군으로 명확히 구현되지 않았나 싶다.
마침 윤 대통령 취임 1년 즈음에 정상외교가 절정 국면을 맞으면서 윤석열 정부 임기 첫해는 '외교의 해'로 또렷이 기억될 참이다. 윤 대통령도 취임 1주년 대국민 담화와 다름없던 지난달 9일 국무회의 발언에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자부심대로 성과가 적지 않았다. 한미 회담에선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약속을 정상 간 별도 선언(워싱턴 선언) 형태로 명문화했다. 백악관 만찬은 윤 대통령의 '깜짝 열창'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추임새로 양국 우의의 상징적 무대가 됐다. 한일 간에는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총리 답방으로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해묵은 갈등 현안을 정리할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G7 히로시마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들은 윤 대통령과 따로 회담하려 늦은 밤도 마다하지 않고 한국에 들렀다.
외치(外治)의 시즌이 일단락됐으니 이제 내치에 전념할 때다. 하지만 정부가 마주한 현안들은 대부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손쉬운 해결이 요원하다. 여소야대 구도인 데다 여야 관계가 워낙 경색돼 정치적 타결도 여의치 않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소모적 대립이 양곡법, 간호법을 넘어 노란봉투법,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으로 이어질 거란 전망이 파다한 이유다. 이런 교착 정국에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거듭 표명했던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은 시동도 제대로 못 걸고 있다. 노동 부문은 경찰의 과잉 시위 진압을 문제 삼은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으로 개혁은커녕 노정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심상치 않기론 경제도 못지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5%로 낮췄다. 재작년 말 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2.7% 성장을 점친 이래 다섯 차례 연속 하향 조정이다. 지난달 한국은행도 1년 새 5연속 하향 조정을 거쳐 올해 1.4% 성장 전망을 내놨으니 누구 분석이 옳고 그른지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은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감소하며 차갑게 식은 상태다. 무역수지는 15개월째 적자다. 반면 글로벌 경기엔 낙관론이 돌면서 OECD, 세계은행(WB) 등이 속속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판국이라, '글로벌 공급망 경색' 같은 핑계도 더는 통하기 힘들다.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은 성장률 전망치가 1.3%포인트(4.3%→5.6%, WB)나 올랐다.
대통령실과 외교안보당국이 기울인 노력을 폄하할 뜻은 없지만, 북한 핵위협에 맞서 국제 공조 강화에 매진했던 임기 첫해는 정부의 남은 임기 4년에 비해 수월했던 시절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전임 보수정부의 정책 패키지가 있었고, 무엇보다 오랜 파트너인 미일이 있었다. 강제징용 배상 절충안 제시, 대중 강경 대응처럼 국내 여론과 한발 떨어져 과감한 정책을 구사할 여지도 있었다. 이런 유리한 조건들이 국내 정책 환경엔 없다. 외교안보 부문에서의 '성공의 기억'은 오히려 내치에 걸림돌이 되기 쉽다. 새로 출발한다는 각오로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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